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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얼굴과 행동에 책임을 질 나이

입력
2019.01.22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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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다. 어딘가 홀린 듯한 심정으로 그런 일을 저지르고 나서 후회한다. 변호사로서 사건 상담을 하다보면, 자기 실수로 본인뿐 아니라 다른 이에게까지 피해를 입혀 괴로워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실수로 인해 인생이 끝나진 않는다. 평소 내가 처신을 잘해 왔다면 주위 사람들은 너그러이 이해해 준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액땜한 거라고, 제대로 수업료 냈다고 생각하라고. 다음부터 안 그러면 돼지.” 그런 경험 속에서 과연 내가 어느 정도 인덕(人德)을 쌓고 살았는지를 점검하게도 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문득 이렇게 남들이 이해해 주는 것도 마감시한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릴 때야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판단력이 성숙지 못해 이해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나이 먹어서까지 계속 이러면 곤란하다. 이럴 때 분기점(分岐點)처럼 등장하는 나이가 마흔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링컨 대통령의 일화가 있다. 링컨 대통령 고문이 어떤 인물을 내각의 일원으로 대통령에게 추천하자 링컨 대통령이 그 제안을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 사람 얼굴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그 고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느냐)에 책임을 질 수 없습니다. 그건 난센스입니다.” 링컨이 답했다. “마흔이 넘는 모든 이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당신이 누구이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그 사람 얼굴에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거울을 들여다볼 때, 화나고 불퉁한 표정을 본다면, 그건 당신의 내면 태도가 그렇게 표정으로 드러난 것일 뿐입니다.”

링컨은, 태어날 때의 본인 얼굴은 부모가 만든 얼굴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드는 것이며, 본인의 생각과 행동이 얼굴 표정에 발현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다른 이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얼굴 역시 그 사람의 성품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방점을 찍은 또 한 명이 바로 공자인데, 그의 언급은 더 단정적이다.

“子曰, 年四十而見惡焉, 其終也已.”(공자가 말하길, 마흔이 되어서도 남에게 미움을 산다면, 그 인생은 더 볼 것이 없다. 논어 양화(陽貨)편)

인생관을 정립하여 ‘미혹(迷惑)’됨이 없는 불혹(不惑)의 나이를 마흔으로 본 공자는,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남들에게 미움받을 짓만 하여 주위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의 인생은 더 볼 것이 없다고 함으로써 강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예전에 책에서 읽은 어느 어르신의 말씀이 기억난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지혜로워진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자신이 갖고 있던 여러 기질들이 고착화되면서 유연성이 떨어지게 된다. 성공의 경험이 많은 사람은 그 성공 방정식을 주위 사람들에게 강요하면서 스스로 고착화되고, 실패의 경험이 많은 사람은 주눅이 들어 자신을 방어하느라 또 고착화된다는 것. 나이와 지혜는 결코 정비례하지 않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객관화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괜찮아. 누구든 실수는 하는 거야”라면서 어깨를 툭툭 쳐주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까방권’(까임방지권, 다른 잘못에 대한 비난을 면제받는 권리)이라는 특권도 어릴 때나 인정되지 나이 들어서까지 이를 요구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다만 시대의 변화에 따른 약간의 보정(補正)은 필요하리라. 예전 나이 마흔은 요즘 나이 오십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 마흔은 아직 너무 혈기방자한 나이가 아닌가 싶어서…

이 정도 글을 쓰고 나서 문득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본다. 과연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묘사할 때 어떤 형용사를 즐겨 쓸까 궁금해진다.

조우성 변호사ㆍ기업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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