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의 날(Opposite Day)’은 만우절과 비슷한 날이다. 악의 없는 거짓말이 허용되는 만우절과 달리, 반대의 날에는 말이나 글, 행동을 의도나 판단과 정반대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의자를 뒤집어 놓고 앉는 것처럼 흔히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거꾸로 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대의 날을 공휴일 또는 국경일이라고 소개한 영문 자료가 있어도,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십중팔구 반대의 날에 작성된 글일 테니 말이다.
반대의 날의 유래는 불확실하다. 대략 20세기 초 아이들의 장난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 학교 쉬는 날이에요” “제가 저 꽃병 안 깨뜨렸어요” “동생을 밀친 건 제가 아니에요” 같은 변명이나 핑계가 이날 하루만큼은 ‘허용’된다. 아니 허용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하는 게 옳을지 모르겠다. 부모에 따라 반응은 제각각일 테니 말이다.
성인 중에도 그게 부러운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오늘 제가 몸이 아파서 출근을 못하겠어요”나 “나 회사 그만 둘 테야” 같은 말을 해 보고 싶고, 출근길 교통체증을 피해 반대편 차선으로 내달리고 싶을 때가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어른들은, 직장에 병가를 통보하고도 대개는 출근해야 한다. 그리고 악의 없는 장난이었다고, 반대의 날 아니냐고 변명을 해야 할 것이다.
거기서 논리의 모순이 발생한다. 반대의 날에는 반대로 말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의 장난을 ‘반대의 날’ 논리로 정당화하는 순간, 반대의 마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어떤 교과서들은 ‘반대의 날’의 이야기를, 논리상 자기부정의 역설을 설명하는 사례로 쓰기도 한다. 또 진지한 어떤 이들은 ‘반대의 날’의 의미에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적 교훈을 첨가하기도 하고, 규율의 억압, 양심과 원리ㆍ원칙의 굴레, 거기에서 비롯되는 긴장 등을 고발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그럴싸한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어쨌건 오늘은, 누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평소와 사뭇 낯선 메시지를 올리더라도, 대뜸 반응하기보다, ‘#oppositeday’같은 해시태그가 붙어 있지 않은지 먼저 살펴보길 권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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