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 흉기를 든 남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신고자만 찾다가 그냥 돌아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경찰과 신고자 등에 따르면 19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앞을 지나는 마을버스에 탑승한 한 남성이 욕설을 하며 주변을 위협하다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거친 말을 쏟아냈다. 남성이 손으로 흉기를 꺼내 만지는 모습은 버스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신고자는 KBS 인터뷰에서 “(칼을 든 남성이 칼날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가만히 있다가, 자기 앞에 휘두르면서 ‘걸리적거린다. 가까이 오기만 해봐라’(라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버스에 탑승한 뒤 흉기를 든 남성은 두고 신고자만 찾았다고 한다. 신고자는 “(경찰이) ‘신고자분 계십니까’ 엄청 큰 소리로 두 번 이상 물어보고 그 와중에도 저한테 전화를 계속 하고 있었다”며 “경찰들이 ‘신고자 없으니까 내리자’ 이렇게 얘기를 했고, 처음에 (남성이) 칼을 꺼냈을 때보다 더 큰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고자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 뒤 경찰에게 자신이 신고자임과 사건을 설명한 뒤에야 경찰은 흉기를 들고 있던 남성을 버스에서 내리게 했다. 하지만 경찰은 남성의 신원만 확인하고 그대로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관련, “112문자 시스템 오류로 ‘남성이 흉기를 들고 있다’는 신고 내용이 현장 경찰관에게 전달이 안 됐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출동 경찰은 신고 내용 중 ‘칼을 들고 있다’는 뒷부분은 누락된 채 ‘파란 패딩을 입은 남자가 욕?’이라는 부분만 전달받았고, 또 신고자가 ‘우리가 신고한 걸 모르게 해 달라’고 한 문자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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