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허무하기 그지 없는 ‘용두사미’ 형 결말로 혹평 속 막을 내렸다.
지난 20일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이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알함브라’ 최종회에서는 유진우(현빈)이 죽음 이후 게임 속 NPC가 됐던 ‘버그’ 차형석(박훈), 차 교수(김의성), 민진웅(서정훈)을 게임에서 삭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후 또 다른 게임의 버그였던 유진우 역시 엠마(박신혜)의 손에 삭제됐고, 정희주(박신혜)가 성당에 들어섬과 동시에 게임은 리셋됐다. 이후 1년 간 유진우는 자취를 감췄고 유진우를 기다리던 정희주가 게임 속에서 아이디 없이 총을 쏘며 유저들을 도와주는 인물이 있다는 말에 게임에 접속, 그 속에 있던 유진우의 실루엣을 마주하는 모습을 끝으로 극은 끝을 맺었다.
지난 해 12월 첫 방송을 시작한 ‘알함브라’는 AR(증강현실) 게임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게임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연출로 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극 초반 주인공 현빈과 박신혜를 둘러싸고 쉴 틈 없이 휘몰아친 전개까지 더해지며 ‘알함브라’에는 호평이 잇따랐다. 이번 작품으로 명불허전 존재감을 재 입증한 현빈의 역대급 연기력과 박신혜와의 케미 역시 만족스러웠다.
쏟아지는 호평에 힘입어 시청률 역시 날개를 달았다. 1회 7.5%로 시작했던 ‘알함브라’는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했고, 14회에서 10%의 벽을 넘었다.
그러나 ‘알함브라’를 향한 호평은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느려지는 전개와 속출하는 PPL, 주변 인물들의 과도한 설정에서 오는 피로감, 설득력을 잃어가는 게임 속 설정 등에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회상신과 장면 재활용 역시 혹평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알함브라’를 끝까지 시청했던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배신감을 안긴 건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결말이었다. 15회간 고군분투하며 게임 속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하드캐리’했던 현빈은 정작 최종화에서는 그 모습을 제대로 찾아보기 조차 어려웠다. 1년 간의 실종 이후 정희주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역시 현빈은 실루엣으로 등장하며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박훈, 민진웅을 비롯해 현빈까지 게임 속 버그로 인식돼 삭제된 상황에서 최초의 버그였던 세주(찬열)이 삭제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의문을 자아냈다. 유진우가 극 내내 찾아 헤맸던 세주가 ‘인스턴트 던전’이라는 공간에 숨어있었다는 사실 역시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대목이었다. 이 외에도 게임을 설계하고 만들었던 세주가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사람이 죽었음에도 또 다시 AR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스카우트 돼 게임 개발에 나선다는 결말 역시 극과 호흡을 함께 해 왔던 시청자들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앞서 송재정 작가는 ‘알함브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어떤 사람이 여러 과정을 거쳐서 다 겪으면서 사랑을 찾고 진짜 영웅이 되는 과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송 작가의 말처럼 유진우가 사랑을 찾고 진짜 영웅이 되었나 하면, 글쎄다. 작가의 기획 의도가 어땠든,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결말 대신 개연성 증발에 대한 의문과 당혹감만을 남긴 ‘알함브라’는 ‘용두사미’ 드라마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알함브라’의 마지막이 더욱 아쉽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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