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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베트남 주말 저녁 달군 ‘박항서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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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베트남 주말 저녁 달군 ‘박항서 매직’

입력
2019.01.21 00:09
수정
2019.01.2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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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한가운데서도 함성소리 퍼져

24일 일본-사우디아라비아 승자와 8강에서 격돌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아부다비=연합뉴스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아부다비=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20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회에서 요르단을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지난 17일 16강에 진출한 지 사흘 만에 피를 말리는 경기를 통해 또다시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궈내자 베트남은 열광의 도가니에 다시 빠졌다. 베트남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8강 성적은 처음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최대명절 뗏(설) 맞이 청소 등으로 가족들과 집에서 조용히 보내던 국민들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막품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 요르단의 중계 경기를 보기 위해 일찌감치 저녁을 챙겨먹고 TV 앞에 모여 앉았다. 일요일이었던 만큼 사전 거리 응원의 열기는 예전 같지 않았지만 ‘안방 경기장’만큼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후 6시(현지시간)부터 중계되기 시작한 경기 중간중간 빼곡하게 달라 붙은 호찌민시 주택가는 거대한 스피커와 같았다. TV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아도 경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시민들은 큰 소리로 경기 내용에 반응했다. 주변이 떠나갈 듯 터진 함성 소리의 배경을 묻는 물음에 슈퍼마켓의 한 직원은 “베트남 팀이 골을 넣은 모양”이라며 냉장고에 넣고 있던 우유를 계속 채워 넣었다. 1대 0으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후반 6분, 베트남의 콩푸엉 선수의 동점골이 터지자 쏟아진 함성이었다.

1대 1로 비긴 상황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진, 이후 1시간 가량의 시간은 그야말로 잔인함 그 자체였다. 커피점 점원 우웬씨는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고통”이라면서도 “박 감독과 선수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꼭 1년 전, 중국에서 열린 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대표팀이 4강에 처음으로 진출, 베트남 1억 인구를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날이기도 했다.

연장전까지 120분 혈전을 치뤘지만 1대 1로 비기며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요르단 팀이 실축 할 때마다 주택가 열린 창문으로, 지붕으로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후 베트남의 승리가 확정되자 이전 함성들보다 크게 울려 퍼졌다.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던 경기에서 승부차기를 통해 극적으로 승리하자, 주요 도시 시내는 자축 열기로 넘쳐났다. 동커이, 똔뜩탕 등 호찌민시 주요 거리와, 호안끼엠 등 하노이의 주요 지역에는 각종 배너나 부부젤라 등을 들고 거리로 쏟나져 나온 시민들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축 대열에 참가해 즐겼다.

하노이 호안끼엠 지역에서 한 시민이 물통을 두드리며 자축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하노이 호안끼엠 지역에서 한 시민이 물통을 두드리며 자축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응우엔 응옥 띠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하금으로 10억동(약 4,900만원)을 내놨고 선수들과 박 감독에게 축전을 보냈다. 그는 “선수들이 용감하게 싸워줬다”며 “베트남을 새로운 축구 세계로 이끌어준 박 감독에게 고맙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가 전했다.

현지 매체 축구전문기자 득 쩡 쩐은 “박항서 매직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경기였다. 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운도 분명 실력의 일부분”이라며 4강행도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지면 탈락'인 16강 토너먼트로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베트남은 오는 24일 일본-사우디아라비아 승자와 8강에서 격돌, 4강 진출을 다툰다.

한편, 지난해 AFC U-23 챔피언십 역대 첫 준우승을 시작으로 역대 첫 아시안게임 4강 진출,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까지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를 이끄는 ‘박항서 매직’은 12년 만에 나선 아시안컵에서도 힘을 발휘하며 조별리그 통과에 이어 8강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앞서 베트남 팀은 D조 리그 2차전까지 이란, 이라크에 연달아 지면서 탈락위기에 몰렸지만 예멘과 3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면서 기사회생했고, 조 3위까지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올랐다. 지난 17일 16강 진출을 놓고 경쟁하던 레바논과 승점ㆍ골득실이 같았지만, 옐로카드 숫자가 적어 페어 플레이 점수로, ‘기적’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16강전 베트남과 요르단의 경기 도중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미소 짓고 있다. 아부다비=뉴시스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16강전 베트남과 요르단의 경기 도중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미소 짓고 있다. 아부다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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