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난해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다가 14조원 이상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수익률은 -17.8%로, 지난해 전체 기금 운용 수익률(-1.5%)을 크게 밑돈다. 국민연금이 10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주된 이유가 국내 주식 투자 손실 탓이라는 분석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20일 재벌닷컴이 국민연금이 공시한 상장사 주식 보유 현황을 집계한 결과, 국민연금의 지난해 말 10대 그룹 상장사 지분율은 평균 7.76%로, 2017년 말(6.62%)보다 1.14%포인트 올랐다. 특히 삼성그룹 상장사 지분은 2.33%포인트(6.47%→8.80%)로 늘어 10대 그룹 중 지분율 상승폭이 가장 컸다. 국민연금은 농협그룹(7.97%→9.59%), 현대차그룹(7.04%→7.77%), 포스코그룹(3.63%→3.81%), 현대중공업그룹(9.63%→9.72%), 한화그룹(5.07%→5.12%)의 지분율도 늘렸다.
반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10대 그룹 상장사 지분 가치는 2017년 말 80조8,121억원에서 66조4,511억원으로 14조3,610억원(-17.8%) 줄었다. 지난해 연간 코스피 수익률(-17.3%)에도 못 미치는 수치로, 국민연금이 지난 1년 간 이들 상장사에 대한 보유 주식을 크게 늘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이 훨씬 나쁜 셈이다. 지분율을 가장 많이 늘린 삼성그룹 상장사 지분 평가액은 41조3,696억원에서 33조3,157억원으로 8조539억원(-19.5%)으로 줄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32조719억원에서 23조9,798억원으로 8조921억원(-25.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SK그룹 상장사 지분 평가액도 2조2,438억원(-18.7%) 줄었고, LG그룹은 1조9,752억원(-21.7%), 포스코그룹 9,049억원(-27.0%), 현대차그룹 7,610억원(-8.8%), 한화그룹 3,282억원(-26.8%)이 각각 감소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16일 열린 올해 1차 기금운용위원회에 지난해 잠정 기금운용 수익률을 -1.5%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식 운용 성과가 시장의 평균 수익률에도 못 미친 점을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이 공개한 지난해 10월까지의 투자자산별 수익률을 보면 국내 주식(-16.70%)은 국민연금 스스로 비교 기준 지수로 삼는 코스피 등락률보다 0.46%포인트 낮았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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