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과 결혼해 입국한 결혼이주여성이 다른 귀화 요건을 갖췄더라도 횡령ㆍ사기 등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면, 이민당국이 귀화를 허가하지 않는 게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박형순)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A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국적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국내 거주 중인 영주권자 A씨는 한국 국적을 따기 위해 귀화 신청을 냈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4월 기각했다. 법무부는 A씨가 과거 외국인력지원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횡령ㆍ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재판기록 등을 보면, A씨는 2013년과 2014년 체류기간 만료 탓에 자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받으면 본국으로 송금해 주겠다”면서 그들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노동자들에게 돈을 보내지 않고 약 3,980만원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했다. A씨는 2016년 2월 벌금 500만원형이 확정됐다.
국적법(귀화 신청 당시 기준)에 따르면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국어 능력과 한국 국민으로서 기본소양을 갖추고 △본인 또는 가족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갈 수 있으며 △품행이 단정한 외국인은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A씨는 다른 요건을 갖췄으나, 법무부는 범죄 전력을 감안해 ‘품행 단정’ 부분에서 결격 사유가 있다고 봤다.
A씨는 법무부의 귀화 불허에 불복해 “남편 및 자녀 4명과 함께 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국적을 받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외국인 노동자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해 사기와 횡령을 저질러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한국 법체계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한국의 구성원으로서 지장이 없을 만한 품성과 행실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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