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부터 강화한 미국발(發) 견제에도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던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 자리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되는 등 회사 경영에 미치는 악영향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외신기자 및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 차례로 응해 “중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정보 제공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세계 시장에 해를 끼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글로벌 화웨이 포비아(공포증)’에 근거가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통신장비에 백도어(정상 절차 없이 시스템에 몰래 접근하는 방법)를 설치해 정보를 몰래 빼돌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런 CEO는 1987년 창업한 뒤 첫 인터뷰를 26년 만인 2013년 가졌다. 그 정도로 언론과의 접촉이 적은 기업인이었는데, 이번에는 4년 만에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그만큼 화웨이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며 “5세대(G) 통신 상용화를 앞둔 시기에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통신장비 시장 세계 1위 자리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자국 기업들이 중국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뒤 화웨이의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2년 전에 비해 1.1%포인트 줄어든 30.7%로 나타났다. 이는 통신장비 시장 세계 2위인 스웨덴의 에릭슨과 고작 1.4%포인트 차이로, 현재 확산되고 있는 5G 통신 장비까지 반영하면 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에릭슨과의 차이는 3.8%포인트였다.
화웨이로서는 앞으로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미 미국의 4대 통신업체가 모두 장비 제조사에서 화웨이를 배제한 상태이며, 호주와 뉴질랜드 프랑스 영국 독일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들도 5G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회사들의 미국 내 영업을 제한할 수 있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가 실현된다면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화웨이로서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런 CEO는 잇단 기자회견과 관련해 “화웨이 내부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느끼지 않지만, 진심을 외부에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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