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들의 ‘재판 청탁’ 의혹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민주당은 서 의원에 대한 징계를 유보한 채 원내 수석대표직 사퇴로 그쳤고, 자유한국당은 이를 용인하는 등 짬짜미를 형성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 앞에서는 만사 제쳐놓고 손을 맞잡는 행태에 허탈함을 넘어 분노마저 치민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서 의원이 2015년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받는 지인의 아들이 실형을 면할 수 있게 해달라며 사법부에 영향력을 넣은 혐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시는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이던 때였고, 서 의원은 앞서 한 달쯤 전 “행정처장, 차장에게 고마워서 (법안에) 사인했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법원의 현안을 들어주는 대신 개인 민원 청탁을 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직권남용 등 실정법 위반 소지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여야의 반응은 이상하리만치 잠잠하다. 국회와 법원의 추악한 거래라는 비판이 수그러들기만 기다리는 듯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을 누구 보다 앞장서서 비판해왔다. 사법농단 관련 법관들에 대한 탄핵 추진 등 적폐청산과 사법개혁을 앞장서 외쳤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 관행적으로 좀 했던 것에 문제가 있던 것 같다”며 흐지부지 넘기려 하고 있다. 전형적인 이중잣대가 아닐 수 없다. 이래서야 양승태 구속을 주장하고 사법개혁을 주장한들 누가 호응할 것인가. 손혜원 민주당 의원의 부동산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거세게 삿대질하면서도 그보다 더 구조적이고 심대한 사안인 재판 청탁에 눈감는 한국당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한국당 의원들도 재판 청탁 명단에 등장했기 때문인데, 초록 동색이 따로 없다.
민주당은 서 의원에 대해 최소한 정치적ㆍ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사법개혁을 부르짖는 건 후안무치한 일이다. 그것이 최소한 국민에 대한 예의고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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