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외교장관들 북핵 협상 전망
북미가 실질적인 비핵화 담판이 될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 역대 외교장관들은 “장기적으로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승주 24대(1993~1994년), 공로명 25대(1994~1996년), 윤영관 32대(2003~2004년), 송민순 34대(2006~2008년) 장관 등 4명의 전직 외교장관들은 최근 한미클럽 외교안보 계간지 ‘한미저널’ 창간 인터뷰에서 현직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북핵 협상을 전망했다.
공로명 전 장관은 “현 상황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하는 사태”라며 “(협상) 정체 상황이 오래 갈 경우 미국 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관리해 나가는 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어, 이 사태를 맞지 않으려면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승주 전 장관도 “북한은 결국 단계적으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얻어내며 (핵무장과 관련해) 현상 유지 수준으로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송민순 전 장관 역시 “결국 북한은 긴 시간에 걸쳐 핵무기 보유국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세 장관은 북한의 핵 보유국화(化)를 막기 위해 북측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전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의지 공표에 그치지 않고 단계별 시한, 실질적인 행동을 이끌어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 전 장관은 북미가 과거 실패했던 비핵화 검증 절차를 성공해내는지를 2차 정상회담 이후 국면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은 뒤, 북한이 남측에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추가 조치로 우리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 후방 배치 조치 등을 취할 것을 제안했다.
북핵 회의론에 대한 경계론도 나왔다. 윤영관 전 장관은 “북한이 핵포기를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정책을 세워서는 안 되고, 어떻게 하면 포기하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핵화 압박 못지 않게 북한의 안보 불안감 해소를 위한 정치외교적 대화도 중요한데, 북미가 이를 시작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계기를 활용해서 남북 간에 전쟁 방지의 항구적인 틀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는 네 장관 모두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경제적 실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성 상 주한미군 문제를 핵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윤 전 장관은 “조건이 성숙하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시행하려 할 경우에 대비해 정상외교뿐 아니라 각 부처, 의회, 언론, 이익집단 별로 총체적 외교를 펼쳐 미 정부와 관계를 강화해놓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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