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건축회사 간삼건축은 왜 이동형 소형주택을 만들었을까
경기 성남시 태봉산 자락 숲 속에 작은 오두막이 최근 생겼다. 가로 6.6m, 세로 3m의 직사각형 바닥에 높이 3.8m의 뾰족한 박공 지붕이 얹어진 단출한 1층 건물이다. 카키색으로 간결하고 깔끔하다. 전면 중앙의 유리문과 측면의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아름다운 숲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두막은 국내 3대 건축회사인 간삼건축이 지은 19.8㎡(6평)짜리 ODM(Off-site Domicile Module)이다. ODM은 공장에서 100% 제작해 운반하는 소형주택을 말한다. 국내에도 이동식 주택들이 나오긴 했지만, 건축회사가 직접 설계, 제작,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땅 위에 집을 짓는 게 아니라 집을 사서 땅 위에 올려두는 식이다. 태봉산 오두막은 지난해 10월 말 선보인 뒤 제주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태봉산 오두막은 작지만 알차다. 거실과 주방, 화장실, 샤워시설까지 갖췄다. 주거든 사무든 용도에 맞게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 주방, 화장실을 빼고 거실을 넓히는 식이다. 난방, 전기는 기본이고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도 수납형(빌트인)으로 설치돼 있다.
안락하고 쾌적한 점도 장점. 내부 벽과 마루에는 자작나무와 원목을 썼고, LED 매립등을 사용해 간접조명을 썼다. 스위치와 콘센트 하나까지도 색상과 디자인을 통일했다. 천정을 높이 올려 공기 순환이 잘 되도록 했다. 이윤수 간삼생활디자인 대표는 “기존 이동식 주택들은 잠시 머무른다는 이유로 신경을 미처 쓰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다”며 “오두막은 작지만 있을 때만큼은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자재, 구조, 시스템 등에서 차별화를 뒀다”고 했다.
단열, 방풍 문제도 해결했다. 기존 이동식 주택은 컨테이너나 철골 구조를 사용해 춥고 더웠다. 창도 작았다. 오두막은 목재 구조에 시멘트 보드를 덧대 공기가 잘 순환된다. 습기도 막아준다. 온수 패널을 사용해 실내가 일정 온도로 훈훈하게 유지된다. 채광과 시야 확보를 위해 크게 낸 유리문과 창문은 이중창을 사용했다. 보안을 위해 문 앞에 셔터형 문을 설치했다. 이 문에는 타공법을 써 빛과 공기를 들인다. 이 대표는 “사소한 것에서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처럼, 오두막은 작지만 사용하는 이들이 만족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거주에 필요한 것은 갖췄으나 정주(定住)하는 집은 아니다. 이 대표는 “직장이나 자녀교육 등으로 도심을 떠나지 못해도 자연 속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며 “오두막은 이들에게 ‘세컨드 하우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두막은 주문하면 4주간 만들어져 하루 만에 배송되고, 반나절이면 설치가 된다.
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초소형 이동식 주택이 인기다. 일본 무인양품, 미국 카시타, 독일 클라인가르텐이 대표적이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휴식할 수 있는 대안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오두막도 그 연장선상에 서 있다. 이윤수 대표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오두막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숲 속 오두막에 살고 싶다는 꿈을 현실로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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