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르노삼성의 QM5가 처음 나왔을 때가 기억이 난다.
클램쉘 테일 게이트와 함께 '세단 같은 SUV'라는 슬로건으로 시장에 데뷔했던 그 시절 말이다. 가솔린 SUV라는 독특한 포지셔닝으로 구매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어느새 10년 정도가 흐르고, 이렇게 QM6라는 또 다른 그릇에서 가솔린 SUV를 마주하게 되어 무척 새삼스럽고 또 흥미롭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하기 전부터 꽤나 기대되었고, 또 어떤 매력이 있을지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10년 전도, 그리고 지금도 가솔린 SUV 시장은 여전히 작다.
그러나 앞으로는 점점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 생각이 된다. 게다가 최근 디젤 파워트레인의 태생적인 단점, 즉 정숙성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분명 '나름의 입지'를 다질 영역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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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르노의 감성을 계승하다
중형 SUV로 포지셔닝된 르노삼성 QM6 GDe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최신 르노의 감성을 정통으로 계승하는 모델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곡선이 중심이 된 실루엣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나는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트, DRL의 그래픽 또한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현대기아의 경쟁 모델들이 워낙 큰 편이라 'QM6도 조금 더 크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막상 차량을 살펴보면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든다. 딱 이정도의 체격과 구성, 비례감이 중형 SUV에게는 더욱 잘 어울리고 매력적인 존재감을 연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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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이나 후면 역시 마찬가지다. 아주 고급스러운 감성이 돋보이는 편은 아니지만 섬세한 디테일과 세련된 감성이 드러난다. 시승 차량이 무채색이라 그렇지 되려 마이센 블루, 혹은 아메시스트 블랙이었다면 더 고급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요소 덕분에 QM6는 아마도 지금, 혹은 내일, 그리고 한달 뒤에 다시 보더라도 아쉽다고 느껴지거나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아 '보유하기 좋은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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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다듬어야 할 실내
SM6와 같은 아이덴티티를 품으며 구성된 만큼 QM6 GDe의 실내 구성을 살펴보면 창의적이라기 보다는 익숙한 모습이다.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강조된 것 외에는 '제법 멋스럽게 구성한' 대중적인 차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티어링 휠이나 계기판의 구성도 세련된 멋이 있으며 일부 패널의 마감이다소 아쉬운 편이지만 전체적인 소재의 구성이나 연출의 기법에 있어서는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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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센터페시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분명 존재한다.
센터페시아의 센터스택 자체가 고급스러움이 부족할 뿐더러 볼륨 및 '대 메뉴 버튼'이 디스플레이 패널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어 운전자가 조작하기 번거롭다. 게다가 베젤 부분이 무척 넓어 '저렴한 느낌'도 조금 드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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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있어서는 준수하다. 개인적으로 1열과 2열 시트 모두 시트의 소재나 형상, 그리고 쿠션의 정도 등 전체적인 만족감이 상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열 시트의 경우 리클라이닝이 지원되지 않은 점이 흠이지만 그래도 패밀리 SUV로서는 제 몫을 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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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6 그 이상의 가치
게다가 보스 서라운드 시스템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라는 특권은 분명한 매력이 된다. 개인적으로 보스의 사운드를 선호하는데 기존의 보스보다 더욱 대중적이면서도 '포용력이 높은' 모습이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대다수의 음원을 들어도 만족스러운 표현, 풍부한 음향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이점이 확실하다.
구매 후 외부에서 튜닝을 하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과연 비슷한 비용으로 현재 QM6에 적용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보다 좋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더욱 정숙한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까지 고려한다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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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의 고민이 만들어낸 매력적인 조합
솔직히 말해 QM6 GDe는 각 요소를 개별로 본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차량은 아니다. 140마력의 GDe 엔진이나 차량이 가진 강성, 하체의 전체적인 완성도 등 전체적으로 '준수한 요소들'이 줄지어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또 어떻게 배치하면 더 매력적이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차량이 될 수 있을지 엔지니어들이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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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것처럼 QM6 GDe의 가속력이나 고속 주행 성능은 아주 우수한 편은 아니다. 평이한 수준이고 일상적인 주행에서 충분히 제몫을 다할 수 있는 엔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출력을 낭비하면서 달리는 게 아닌, 정말 가족과 함께 다니고, 도심에서 출퇴근을 하고 그 정도의 라이프 스타일과 주행 패턴을 보유하고 있다면 QM6 GDe의 줗애 성능에 대해 아무런 불만을 갖지 않을 것 같다. 또한 변속기와 하체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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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T의 매력을 주행 전반에 걸쳐 잘 드러냈고, 또 효율성이라는 부분에서도 확실한 어필을 한다. 실제 주행을 하면서 정속 주행 시작과 함께 빠르게 개선되는 평균 연비를 보며 '자트코가 역시 CVT를 잘만드네..'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하체에 대한 고민 또한 확실히 느껴졌다. QM6 GDe는 말 그대로 대중적인 차량이고 또 판매가격에 있어서도 평균적인 포지셔닝을 갖고 있는 차량이지만 QM6 GDe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을 구현하기 위해 참으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이 다듬고 튜닝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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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시승 중에 잠깐 오디오 볼륨을 껐다가 되려 졸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느끼게 되었을 정도로 노면에서 발생하는 대다수의 충격을 정말 부드럽게 잘 다듬으며 승차감을 개선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한편 주행을 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QM6는 이탈 경고를 이탈 방향의 스피커를 통해 '음향'으로 경고를 하는 편인데 무척 자연스럽고 '익숙한' 느낌의 연출이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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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SUV'의 가치를 고민하기 좋은 존재
르노삼성 QM6 GDe는 약간 자동차에 대한 판단 기준을 살펴볼 수 있는 척도가 되는 것 같다.
QM6 GDe를 경험하고 만족하는 이라면 아마도 가솔린 SUV에 대한 편견이 없고, 정말 가족을 위한 차량을 원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족을 위한 패밀리 SUV'라는 목표를 정확히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스스로에게도 '그 동안 재미라는 미명 아래 너무 스포티한 추세에 휩쓸려 있던 건 아니었는지..'라며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글: 이재환 기자 / 사진: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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