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영장심사 전망… 검찰 “사법농단 정점 무거운 책임”
단순 지시ㆍ보고받은 수준 넘어 구체적 활동 증명이 핵심
사법농단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정말 구속될까. 검찰이 넘어야 할 장벽은 많다. 전직 대법원장을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시키는 것은 법원 입장에서는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양 전 대법원장에 적용된 핵심 혐의인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법원이 최근 엄격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40여 개가 넘는 혐의를 적용한 것은 자칫 ‘딱 부러지는 것이 없으니 물량 공세만 편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크다.
통상 구속영장 발부는 영장전담판사가 △도주 우려 △증거 인멸 우려 △범죄의 중대성 등의 기본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범죄 소명 여부, 구속 수사의 필요성 등도 고려하지만, 앞선 기본 요소들이 성립하지 않으면 영장 발부는 어렵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검찰의 소환 조사에 성실히 응했고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확실한 공적 지위가 있어 도주 우려는 거의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증거 인멸도 장시간 진행된 검찰 수사에 비춰, 더 이상 인멸할 증거가 있을 것이라고 추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이 역시 성립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남는 것은 범죄의 중대성 하나다. 검찰 수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일체 부인하는 방식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프레임을 이미 만들었다. “사법농단 사태의 최종 결정권자아자 책임자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와 방침을 따랐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미 구속 기소된 점을 고려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검찰이 압박할수록 “그 모든 내용을 법정에서 다퉈야 하니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고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다. 앞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도 비슷한 논리를 펼쳤다.
이 때문에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개입’ 그 자체에 최대한 포커스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공모를 넘어선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행동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강제징용 소송 개입, 법관 부당 사찰, 헌법재판소 비밀 수집 및 누설, 헌재 견제 위한 재판 개입 등 핵심 혐의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단순히 지시하고, 보고받는 것을 넘어 사건을 주도하고 직접 행동했다”면서 “구속된 임 전 차장 외에도 별도의 보고 라인을 두고 직접 외부에서 접촉해 사법농단 활동했다는 진술과 객관적인 자료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의 단독행동을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구속영장 발부의 핵심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시나 공모는 그런 사실을 알았나, 몰랐나 여부를 증거 관계로 복잡하게 따져야 하는데 반해, 본인이 직접 실행한 것은 중간 개입이 없어 사실관계 증명이 더 쉽다”며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들이댄다면 법원으로서도 양 전 대법원장을 봐줄 명분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도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소인수 회의에 대법관 참여를 지시한 것은 대법원장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며 “로펌 김앤장 변호사를 만나 재판 자료를 직접 준 확실한 증거 같은 것까지 나온다면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두고 평이 엇갈린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도 그렇고, 내부에서도 ‘그래도 전직 대법원장을 우리 손으로 구속시킬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법원이 뒤끝 없이 사법농단 사태와 결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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