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민 구미청년문화협동조합 이사장 청와대 국민청원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42만 구미시민을 대표해서 간절히 국민청원을 올립니다’라는 한 편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두 아이의 아빠이자 구미에서 태어난 청년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수도권 규제완화와 지역 기업들의 유출로 지역 경제 전체가 붕괴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산업수도 구미의 회생과 발전을 위해 구미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주장했다. 이 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은 23일 오후 2시 현재 2만7,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글의 주인공은 구미청년문화협동조합 정세민(39) 이사장이다. 구미시 원평동 사무실에서 만난 정씨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이 침체한 구미 경기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국민 청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유치 운동이 일종의 시민축제처럼 번져가고 있다”며 “이런 뜨거운 열기를 보여준다면 중앙정부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청년문화협동조합은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착안해 ‘아이스 SK 챌린지’를 비롯해 42만개 종이학 접기에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에는 구미 청년 18명과 함께SK본사를 방문했다. 정씨는 “본사 앞에서 피켓을 꺼내자 기습시위를 펼치는 줄 알고 안전요원이 급히 제지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내 ‘SK 사랑해요’라는 피켓이 펼쳐지자 오히려 직원들이 당황해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구미로 온다면 가장 좋겠지만 유치 실패를 대비해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구미의 정주여건이나 경제상황이 힘들지만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토대를 만들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국민청원 20만명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시민들도 직접 참여하고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작은 날갯짓 하나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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