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이 공항서 영접… VIP 주차장 통해 이동 ‘철통 경호’
호텔 투숙도 취재진 따돌려 ‘007작전’… 부차관보 대행이 맞아

1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DC으로 직행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삼엄한 경호 속에서 2박 3일의 일정에 돌입했다. 미국 정부는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도착에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을 이어가는 등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김 부위원장의 이날 워싱턴 입성은 ‘철통 경호’ 속에 이뤄졌다. 이날 오후 6시32분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오후 7시32분에야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VIP 주차장에서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지난해 5월 말 뉴욕 방문 때는 공항 계류장에서 국무부가 제공한 차량에 탑승, 곧바로 공항을 빠져 나갔던 데 반해 이번에는 1시간가량 공항에 머문 셈이다. 그러나 취재진 접근이 불허돼 육안으로는 그로 추정되는 인물의 흐릿한 모습만 먼 거리에서 보일 뿐이었다.
김 부위원장은 주차장에 미리 대기 중이던 미 국무부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에 올라탔다. 미리 영접을 나온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숀 롤러 국무부 의전장 등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부위원장을 태운 SUV 외에도 3대의 차량이 함께 이동했으며 경찰차 2대가 에스코트했다. 김 부위원장이 주차장으로 나오기 직전 공항 경비 인력이 취재진의 주차장 접근을 막아 경호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이 숙소에 투숙하는 과정도 ‘007 작전’을 방불케했다. 이들은 밤 8시 넘어 워싱턴의 듀폰서클호텔에 도착,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던 정문을 피해 별도의 출입구로 들어갔다. 호텔에선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김 부위원장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비건 대표와 국무부 의전장 등이 공항에서 영접한 데 이어, 호텔에선 내퍼 부차관보 대행이 나왔다는 점에 비춰 미국 측도 북한 대표단 예우와 의전에 각별한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경호는 지난해 5월 뉴욕 입국 때처럼 국무부 외교경호실(DSS)이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듀폰서클호텔은 백악관에서는 1.6km가량 떨어진 9층짜리 4성급 호텔로 김 부위원장 일행은 8층 전체를 통째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인사가 워싱턴에서 숙박하는 것은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자격으로 4박 5일간 방문한 이후 19년 만이다. 조 부위원장은 당시 백악관에서 600여m 떨어진 메이플라워 호텔에 머물렀다.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일정은 17일 밤까지도 미국 정부가 함구했다. 백악관이 공지한 18일 일정에 트럼프 대통령은 낮 12시 45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만나는 것만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면담 일정은 여전히 공식 발표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18일에서야 장관 일정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오전 11시에 워싱턴에서 회동한다고 공지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폼페이오 장관과 회동한 뒤 백악관으로 이동,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항에서 숙소로 곧장 들어온 김 부위원장의 동선을 감안하면 공식 만찬은 없었던 셈이어서, 18일 회담 후에야 만찬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19일에 2박 3일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을 경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19일 오후 3시 35분 베이징행 에어차이나 항공편을 예약해 둔 상태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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