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시간 정도 불면 가능해요.” 이달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정치 신인’으로 변신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그는 듣기 거북하지 않을 색소폰 연주에 드는 노력의 정도를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1월 몇몇 기자와의 저녁자리에서다. 황 전 총리는 수년 전 송년 가족음악회에서 선보인 자신의 색소폰 연주 유튜브 영상을 보이며 대화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그의 수준급 색소폰 연주 실력은 익히 알려졌다. 검사 출신으로 2003년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 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평일 저녁 적적함을 달래려 색소폰을 잡았다고 한다. 해운대 음악카페에서 만난 연주자의 추천으로 악기를 쥐고 ‘산토끼’를 처음 불었다. 꾸준히 실력을 키워 2009년 연주 CD도 내면서 ‘색소폰 부는 검사’로도 소문났다.
그에게 색소폰은 중년남성의 로망적 취미 그 이상이다. 별명이 ‘미스터 국보법’인 공안검사와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에게 의외의 매력 포인트가 더해져 보수층 마음을 더 붙들기도 한다. 그가 지난해 8월 펴낸 자전적 수필집 ‘황교안의 답’에도 색소폰에 대한 애착이 엿보인다.
거리의 악사로 자선음악회를 여는 소박한 꿈이 있다는 그는 입당 뒤 가깝게는 2월 당권, 멀게는 2022년 대권의 진짜 꿈을 꾸며 한창 당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그는 18일 페이스북에 “당 의원 112명은 ‘민생 지킴이’인 고맙고 소중한 분들로, 황교안도 함께 하겠다”며 ‘통합’ 의지를 비쳤다. 다소 늦었지만 지나치게 늦은 등판은 아니라는 평을 듣는 황 전 총리가 한국당에서 통합의 화음을 불지, ‘친박’ ‘친황(교안)’ 등 계파 분열의 잡음만 키울지 두고 볼 일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