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 86명 중 조합원이 60명….경북형 농촌마을기업의 선두주자
경북 구미시 장천면 ‘오로정승마을 영농조합법인’은 경북형 농촌마을기업의 선두주자다. 조합원 대부분이 한 마을 주민이다. 조합은 힘이 달려 농사를 짓지 못하는 주민들의 땅을 임차해 딸기 메주 양파 등을 재배하고, 조합원들은 형편에 따라 노동력을 제공해 소득을 올린다. 농경지 활용률을 높이고 주민소득 증대는 물론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노후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조합이 설립된 것은 2017년 1월.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실적은 눈부실 정도다.
첫해 2,000㎡로 시작한 딸기 농장은 6,600㎡로 약 3배 이상 늘었다. 재배방식도 수경고설재배방식을 적용했다. 초기 시설비가 많이 들지만, 모든 작업을 서서 할 수 있어 생산성이 높다.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돼 어르신들에게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이 많은 어르신들도 쉽게 일할 수 있다. 요즘 하루 평균 수확량은 100㎏ 정도. 주민 조합원들은 딸기 순치기, 꽃 솎기, 딸기 따기, 딸기 선별 등에 주로 투입된다. 1㎏ 당 1만원 가량에 출하한다.
휴경지에는 콩을 키워 메주를 생산해 노는 땅을 줄이고 농가소득도 높인다. 지난해 메주 생산량은 메주콩 3톤, 올해는 5톤으로 예상한다.
이종포(54) 오로정승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콩, 딸기, 양파 등을 조합원들이 직접 생산해 판매한다”며 “땅을 놀리던 주민은 농지 임대수입도 얻고 일자리와 소일거리도 생겨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조합원은 이 마을 주민 86명 중 60명이나 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뺀 대부분이 참여하는 셈이다. 메주공장 딸기농장 일당은 1시간당 1만원. 건강상태를 고려해 75세 이상은 하루 4시간, 그 미만은 하루 8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했다. 지난해 조합원 어르신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는 6,000만원, 올해는 1억5,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은 이런 식으로 딸기잼, 고추장아찌, 된장, 간장 등도 생산한다. 나아가 폐교를 체험학습장으로 꾸며 족욕, 피자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6차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3,000여명이 체험장을 찾았고, 올해는 5,000명 이상으로 전망된다.
조합 총 매출은 설립 첫해 1억2,000만원이던 것이 지난해 3억원, 올해는 5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7명의 청년도 상근직원으로 채용했다.
이 대표는 “딸기만 따고 가기에는 조금 아쉽다는 방문객의 의견을 참고했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활용하고 주변에서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합은 이 대표의 주도로 결성됐다. 그는 “객지생활을 하다 15년전 귀향했는데 우리마을 역시 다른 농촌처럼 정체 그 자체였다”며 “어떻게 하면 활기찬 마을로 되살릴지 고민하다가 현재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사회적기업 형태의 영농조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조합원 자격과 운영방안 등에 의견이 분분했지만 마을 살리기라는 대명제를 실천하기 위해 지금 형태가 최선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며 “조합원들이 타 시ㆍ도의 영농조합을 견학하고 교육에 참여하는 등 열성적인 노력으로 조기에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무조건적인 지원에 대하서는 이 대표도 경계했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마을에 금전적 지원을 하면 100% 실패한다”며 “조합 설립 이전에 공감대 형성과 운영능력부터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딸기재배를 배우러 온 도시민 중 4가구가 이 마을로 귀농하기도 했다.
조합은 또 마을 자체 요양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6명의 어르신이 타지 요양원으로 갔다”며 “2021년 착공을 목표로 마을 인근데 요양원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기업이 고향을 떠난 출향인들이 돌아오고 도시 청년들이 찾는 활기찬 마을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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