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8일 사법농단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전직 대법원장으로서는 헌정사상 첫 검찰 소환 조사에 이어 첫 영장 청구 대상이 되는 오명을 얻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양 전 대법원장이 헌법 질서를 어지럽힌 중대 범죄 사건에서 단순히 보고받는 수준을 넘어 직접 주도한 사실이 확인되는데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구속 필요 사유로 들었다.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초유의 구속영장 청구에 참담함과 함께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법치주의 사회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권위가 실추되는 것이 우선 안타깝고, 이런 사법부에 지금까지 정의를 구한 것인가라는 배신감마저 든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점거 농성, 대법원장 차량 화염병 테러에 이어 자살 사건까지 전에 없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법농단 사태로 사법부 권위가 실추된 현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부터 6년간 재직하며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의 반헌법적 행위를 승인하거나 지시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다. 숱한 정황 증거들이 드러난 일제 강제동원 민사소송 재판 거래를 비롯,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개입,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비자금 조성 등 범죄 혐의만 40여 가지에 이른다. 일반인이라면 구속을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여부는 영장 심사의 전권을 쥔 법원에 달렸다. 하지만 이 대목에도 우려가 없지 않다. 사법농단 사태 이후 숱한 검찰의 압수수색ㆍ구속 영장 청구를 법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기각했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빗발쳤지만 법원은 요지부동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소환에 앞서 국민을 향해 “모든 게 부덕의 소치”라고 하고서는 정작 조사 과정에서는 “기억 나지 않는다” “실무진에서 한 일을 알지 못한다”며 발뺌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법원의 사법농단 영장 심사도 이처럼 후안무치한 모습으로 점철됐다.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자각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심사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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