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 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무대에도 독립운동의 저항정신을 기리는 작품들이 연이어 소개된다. 특히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창작된 초연 작품들이 눈에 띈다.
윤동주 시인의 시 창작 과정을 담은 ‘동주: 찰나와 억겁’은 낭송음악극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공연이다. ‘자화상’과 ‘참회록’을 비롯한 시인의 시 15편을 편집해 대본으로 만들었다. 시인의 상상 속 인물인 ‘우물의 여인’이 등장해 시인의 시를 낭송하는 한편, 무대 위 기타와 피아노 선율로 음악성을 한껏 더한다. ‘비디오 맵핑’ 등 미디어 기술을 적극 활용한 현대식 시극(대사가 시의 형식으로 꾸며진 연극)을 모토로 삼는다. 이 작품을 연출한 임형택 연출가는 “창씨개명 뒤 찰나의 부끄러움을 받아들였지만, 시를 통해 억겁의 참회를 한 예술가의 삶이 우리에게 전이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뽀로로’ 목소리의 주인공인 성우 이선이 우물의 여인으로 무대에 선다. 26일부터 일주일 간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국립합창단과 서울시합창단은 3월 1일을 즈음해 창작칸타타를 선보인다. 국립합창단은 오병희 국립합창단 전속 작곡가와 탁계석 작가가 함께 쓴 ‘동방의 빛’을 같은 달 3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서양 관현악을 기본으로 대금, 가야금, 꽹과리 등 국악기와 소리꾼을 통해 한국적 색채를 더했다.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민족의 흥과 신명을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진도아리랑’ 같은 익숙한 민요 선율을 동기로 삼았다. 전석 초대로 진행되며, 공연 신청 방법은 조만간 공지된다. 서울시합창단은 3ㆍ1 운동을 이끈 유관순 열사의 일대기를 담은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를 3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한다.
국립오페라단에도 3ㆍ1 운동 100주년은 중요 어젠다다.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와 일본인 일본군 위안부의 이야기를 다룬 ‘1945’를 초연한다. 2017년 국립극단이 선보였던 동명 연극을 오페라로 각색한다. 배삼식 극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최우정 작곡가가 곡을 입히고, 고선웅 연출가가 극을 만든다. 정치용 지휘자가 이끄는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등 굵직한 공연계 인력이 대거 투입된다. 9월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다.
일제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까지 격변의 10년을 보낸 세 주인공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담아낸 창작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도 다음달부터 서울 신도림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소설가 김성종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3월 9일~4월 21일ㆍ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청년 윤동주의 삶을 담은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3월 5~17일ㆍ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도 3월 재공연된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뮤지컬로 올해 초연 10주년을 맞았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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