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공연 축제 중 하나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중심 도시 에든버러의 자랑거리다. 8월이면 에든버러 거리 곳곳이 3주 동안 다종다양한 공연으로 들썩인다. 공연장만 335개다. 이 중 중심 극장 역할을 하는 곳이 어셈블리 홀이다. 에든버러의 상징과도 같은 에든버러성 바로 옆에 위치한 곳으로, 1859년 교회 건물로 지어졌다. 스코틀랜드 의회 건물로도 잠시 사용됐다. 2003년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이곳에서 지역 의원을 대상으로 연설하기도 했다.
□ 어셈블리 홀은 2004년부터 공연장으로 쓰이고 있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주요 공연은 이곳 무대에 오른다. 무대는 3개로 전체 수용 인원은 750여명이다. 대형 공연장은 아니지만 고색창연함만으로도 관객을 낭만에 젖게 한다. 18세기 ‘북쪽의 아테네’라 불리며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떠올랐던 에든버러의 역사가, 지은 지 150년 넘는 공연장에 포개진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도시의 풍치를 활용해 축제의 권위를 더한다. 축제는 고풍스런 도시로 관광객을 더 불러들인다.
□ 서울 명동에 있는 연극전용관 명동예술극장이 K팝 공연장으로 변모할 지 모른다는 소식이 최근 들려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명동관광특구협의회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명동예술극장의 용도 변경이 제기됐다고 한다. 명동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K팝 공연을 유치하는 게 더 낫지 않냐는 판단이 작용했을 만하다. 내국인들이 몰리던 과거와 달리 외국인 천지가 된 명동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주장이다.
□ 바로크 양식인 명동예술극장은 1936년 일본인 전용 극장인 ‘메이지자(明治座)’로 문을 열었다. 1960년대부터 1975년까지 국립극장이었다. 이후 은행 건물로 쓰이다 재건축으로 헐릴 위기에서 문화계 인사와 명동 상인들이 힘을 합쳐 건물을 지켰다. 2009년 연극 전용 극장으로 재개관했고, 2015년부터 국립극단 전용 극장이 됐다. 명동 상권 살리기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명동예술극장의 객석은 558석. K팝 스타가 공연하기는 공간이 좁다. 상권 활성화 효과가 미미할 듯하다. 문체부는 명동예술극장의 용도 변경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17일 밝혔다. 옳은 판단이다. 명동에 관광객 유치 목적이라면 극장 밖에서 문화축제를 여는 건 어떨까.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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