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환 에이원 대표, ‘리안’ 유모차 자체 개발 대박 이후 제품 다변화
“사장님, 오늘 인터뷰 파이팅!”
지난 15일 서울 중구 퇴계로의 유아용품 전문 업체 에이원 사무실. 이의환(64) 에이원 대표와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 지나가던 직원 한 명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응원을 보냈다. “직원들이 격의 없이 대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어제 저녁을 사서 그런 것”이라고 농담한 뒤 “직원들에게 끊임없는 배움을 강조한다. 자기 개발 차원에서 원하는 교육은 적극 지원한다. 다만 공부가 게으른 직원을 꾸짖을 땐 눈물 쏙 빠지게 혼을 내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국산 유모차의 개발과 발전을 이끈 선구자다. 1988년부터 유모차 업계에 몸 담았던 그는 처음엔 해외 유아용품을 수입, 유통했다. 이후 좋은 제품을 발견하면 프레임은 물론 원단과 작은 디자인까지 하나하나 뜯어보며 연구했다. 경력 20년째인 2008년 자체 개발한 국산 유모차 브랜드 ‘리안’을 시장에 내놨다. 당시 시장을 휩쓸던 스토케 등 유명 외국 업체 제품과 비교해 가격은 절반 수준이지만 튼튼하면서도 가벼워 품질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처음엔 리안을 주목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았지만 박람회 등에서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매출이 늘었다. 2012년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품질 평가에서 리안이 스토케를 앞섰다는 결과가 나오며 ‘대박’을 쳤다. 리안은 작년까지 5년 연속 소비자 선정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유모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발판 삼아 에이원은 카시트까지 영역을 넓혀 국내 1위 유아용품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126억 원이던 회사 매출은 지난 해 300억 원까지 늘었다.
요즘 저출산으로 유아용품 업체들이 위기를 맞자 이 대표는 지난 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제품 다변화를 위해 3년간 연구 개발한 끝에 힙시트 캐리어 브랜드 ‘아이캐리’를 선보였다. 힙시트 캐리어는 아기의 엉덩이를 걸쳐 앉힐 수 있는 시트에 어깨끈과 허리끈을 연결해 아기를 안을 수 있는 제품이다. 아이캐리는 육아맘들의 의견을 반영해 640g의 초경량 제품을 내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아이캐리는 지난 10년 간 유모차와 카시트를 생산, 유통해 온 회사의 노하우가 집약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유아용품 사업에 뛰어든 지 30년 넘은 이 대표가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시장이다. 그는 요즘도 일정이 없을 때는 대형마트나 지방의 길거리 상점 등으로 직접 시장 조사를 나간다. 이 대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진리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똑 같이 적용된다”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으려면 시장에 자주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소비자들의 두드러진 흐름 중 하나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그는 “요즘 부모들은 육아를 통해 새로운 기쁨을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개인적인 삶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며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모든 걸 희생했던 이전 세대와 다르기 때문에 부모의 삶과 육아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에이원은 유아용품 전문 업체답게 육아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자녀 1인당 매달 20만원씩 가족 양육 수당이 나오는데 자녀 숫자에 제한이 없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약 20년 동안 지원한다. 또한 100만원의 출산 장려금과 셋째 출산 때는 200만원을 지급한다. 특히 회사 재직 기간 동안 첫째부터 셋째까지 낳으면 1,000만 원의 특별 축하금도 준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아이가 있는 직원은 유연근무제를 신청할 수 있고, 매달 셋째 주 금요일은 ‘패밀리 데이’로 조기 퇴근한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에이원 물류팀 지명규 과장은 “경제적인 복지 혜택 뿐 아니라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놓치지 않도록 근무 시간을 배려해주는 게 좋다”며 “한 달에 한 번씩 금요일 오후에 아이들과 영화나 연극을 볼 수 있는 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셋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걱정하지만, 행복한 ‘다둥이 아빠’의 삶을 살고 있다”고 웃었다.
에이원은 ‘a’와 ‘one’을 합친 말이다. 이 대표는 “이름처럼 이 분야의 1등 기업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단순히 매출 1등이 아니라 내 아이가 사용할 제품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용품을 개발하겠다는 이념이 담겨 있는 회사명”이라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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