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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간 복수학위제, 첫발 못 떼고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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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간 복수학위제, 첫발 못 떼고 올스톱

입력
2019.01.21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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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복수학위제요? 잘 안 될거예요. 큰 대학들이 안 하겠다는데 굳이 우리가 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경기 용인 A대학교 교무처장)

국내 대학 간 첫 복수학위제로 주목됐던 ‘경인지역대학 복수학위제’가 첫걸음도 떼지 못한 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참여 대학 14곳 중 인천대ㆍ명지대ㆍ단국대ㆍ한국항공대 4곳이 공식적으로 불참을 선언하면서 다른 대학들의 계획도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20일 경인지역 복수학위제 참여대학 10곳의 의사를 확인한 결과 모든 대학들이 도입을 잠정 중단하거나 시행여부 결정 자체를 유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협약 체결 당시 공언한 ‘1학기 시행’은 물 건너간 셈이다.

복수학위제 논의는 2017년 5월 교육부가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게 계기다. 정부는 그동안 ‘학위남발’ 등을 이유로 국외대학과의 복수학위만 허용했지만, 학사제도 유연화 및 다양한 학습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에 따라 제도를 개방한 것이다. 이후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등이 거론됐지만 첫 테이프를 끊은 건 수도권 대학이었다. 경인지역대학총장협의회장인 조동성 인천대 총장 주도로 ‘소속대학 4년+교류대학 1년’ 형식의 복수학위 협약을 체결했고, 적성에 맞춘 다양한 학위 취득 및 융합교육을 위한 실험이라며 기대를 모았다. 교육부 역시 “경인지역대학 복수학위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전국적인 표준 모델로 삼을 것”이라며 주목했다.

하지만 기대는 한 달여 만에 무너졌다. 일부 학생들이 ‘학생 의견을 묻지 않은 일방적 추진’이라며 반대하고 나서면서 이를 못 이긴 대학들이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인천대ㆍ명지대 총학생회는 총장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철회를 요구했고, 단국대 총학생회 역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은 생각 않는 날치기”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급기야 지난달 “복수학위제는 교육권 보장 및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8,000여명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참가협약을 맺었던 오산 B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표면적으로는 의견수렴이 부족하다고 문제제기를 했지만 실상은 대학서열차이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복수학위제 무산이 단순히 학생들의 서열 추구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들이 향후 평가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무리하게 제도 변화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복수학위제 시행 여부는 평가 우대요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하지만, 지난해 시행된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지표의 약 70%가 ‘교육과정개선’ 등 정성지표인 걸 고려할 때 대학들의 판단은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양 C대학교 관계자는 “학교 규모나 특성도 고려하고 학칙개정까지 검토해야 하지만, 업적 욕심에 제도고민 없이 급하게 협의가 추진됐다”고 털어놨다.

교육부가 복수학위제의 문을 열었지만 실제 시행에 필요한 여러 사항이 마련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복수학위제가 허용만 됐을 뿐 이와 관련한 학점이수기준 등 기본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윤지관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전 한국대학학회장)는 “대학평가로 학교 간 서열화가 심화되고 재정난을 겪는 대학도 많은 현실인데 정부가 학사 자율화만 허용한다고 저절로 균형 잡힌 발전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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