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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ㆍ을지로를 지키자” 예술가들도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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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ㆍ을지로를 지키자” 예술가들도 거리로 나섰다

입력
2019.01.17 19:19
수정
2019.01.17 20:3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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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청 앞 재개발 반대시위, 주먹구구식 도심정비사업 비판 

지난 16일 오후 '재개발 반대'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한 상인이 서울 청계천 인근 골목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재개발 반대'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한 상인이 서울 청계천 인근 골목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냉면집 을지면옥도 있지만 예술가들에겐 이곳의 수많은 공구, 모터, 인쇄 가게 하나하나가 각별한 존재입니다. 그런 가게들이 사라진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는 예술가들이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지킴이로 나섰다. 지난달 젊은 예술가 50여 명이 결성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17일 서울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중구청의 도심 개발 계획을 집중 성토했다. 전날 “(재개발 계획을) 재설계하겠다”고 밝힌 박원순 시장을 향해서는 “당장 청계천 일대 공사를 중단하고 재개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젊은 예술가들이 뿔이 난 이유는 서울시와 중구청의 주먹구구 행정 때문이다. 서울시와 중구는 2015년부터 제조업과 예술가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내놓고 청년 스타트업과 예술가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았다. 줄줄이 임대료가 올라 서울 북촌과 망원동 일대를 뜰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서울시와 중구의 약속을 믿고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던 을지로 주변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을지면옥과 양미옥 등 전국구 노포(老鋪)와 각종 전기ㆍ기계ㆍ금속 상가들로 유명한 청계천과 을지로 주변은 최근 2,3년 사이 예술가들까지 어울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무엇을 요구해도 소량으로 뚝딱 제작해주는 다양한 상가들이 밀집한 을지로 일대는 청년 예술가들 입장에서는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환경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을지로를 “어깨 너머로 작품 제작에 필요한 기술들을 익힐 수 있었던 곳”이라고 불렀다. 중구는 올해 문화예술인 창작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중구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공개하면서 예술가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최근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이 본격화하며 예술가들의 처지는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10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ㆍ4ㆍ5구역(입정동)은 이미 두 상가를 제외한 상가 약 400개가 철거되고 있다. 그러자 젊은 예술인들이 개발의 광풍 앞에 속절없이 가게를 내놓는 상인들의 처지를 수수방관할 수 없다며 구도심 활성화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에 반대하고 나섰다. 청년 예술가들까지 가세한 청계천과 을지로 재개발 반대 서명에 최근까지 2만 여명의 시민들이 동참하며 응원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최근 젊은 예술가들까지 가세한 반대 여론에 밀려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상인들과 함께 ‘세운재정비지구 해제’ 등의 요구사항을 담은 2만 여명의 서명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중구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측은 특히 중구청의 ‘문화르네상스’ 프로젝트에 특별히 부정적이다. 연대는 “이미 철거중인 구역의 기부체납 용지에 쫓겨난 상인들을 저렴한 월세로 다시 입주시킬 방안이라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디자이너인 이영연(35) 저스트프로젝트 대표는 “15년 넘게 협력한 인쇄 상인들은 우리 작업에 필수적인 존재인데, 이대로 가면 그 분들이 모두 사라질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17일 오후 서울 중구청 앞에서 열린 청계천 을지로 재개발 반대 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예술가와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17일 오후 서울 중구청 앞에서 열린 청계천 을지로 재개발 반대 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예술가와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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