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사태 숨은 실력자, 버커우
민주당 내 급진파, 코르테스
200년 전통의 양당 정치에 변화를 알린 나팔수인가, 아니면 어디에나 하나씩 있을 법한 정치 이단아인가. 영국 보수당 출신의 존 버커우 하원의장과 오카시오 코르테스 미국 민주당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성별도 연령대도 정치적 배경도 다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대의민주주의의 시조 격인 영국과 미국 의회에서 당론에 개의치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버커우 의장은 이번 브렉시트 사태 속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를 들었다 놨다 한 숨은 실력자가 됐다.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표결을 앞둔 지난 9일 부결 시 테리사 메이 총리가 3회기일 안에 ‘플랜B’를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직권 상정해 통과시켰다.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메이 총리를 향해 보란 듯 반기를 든 꼴이었다. 메이 총리도 “버커우가 그런 결정을 해 깜짝 놀랐다”며 은근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물론 버커우 의장 등 보수당 내 초당파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230표 차’로 부결시키는 데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전문가들은 버커우 의장 같은 정치인의 탄생을 필연적인 것으로 봤다. 영국 정부 산하 정책연구소의 브론웬 매독스 소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말에 맹종했던 게 전통적 영국 정당정치였다면, 이제는 자신의 지지자들에 의해 또는 정치인 본인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버커우 의장을 바라보는 영국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영국 언론들은 버커우 의장에 대해 “땀 냄새 나고 이기적인 놈, 독선적이며 겉멋만 든 앵무새”라며 분개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다고 NYT는 전했다.
영국 보수당에 버커우가 있다면 미국 민주당에는 코르테스가 있다. 지난해 6월 당내 경선에서 무려 10선이자 차기 원내대표로 꼽히던 막강 조 크로울리 전 의원을 꺾는 이변을 연출한 데 이어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역대 최연소(28) 하원의원이라는 화려한 명함으로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푸에르토리코계인 코르테스 의원은 전직 바텐더이기도 하다. 소수 인종과 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는 점에서 소속당인 민주당의 가치와 맞아떨어질 듯 하지만 민주당 주류의 시각은 신중하다. 고소득층에 최고 70% 부유세를 물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등 급진적 제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기행’도 미국의 기성 정치와는 동떨어져 있다. 최근 한 트위터 계정에는 그녀가 대학생 시절 건물 옥상에서 춤을 추는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동영상에는 “똑똑한 척 하는 사회주의자”라는 비난도 함께 있었다. 이에 코르테스 의원은 오히려 “국회의원도 춤을 춘다”며 자신의 집무실 앞에서 춤을 추는 동영상을 스스로 올리며 발칙하게 응수했다.
그의 트위터 ‘좋아요’ 수는 1,180만 건을 돌파했다. 명실공히 인기 정치인에 등극했으나 미국 정치권은 우려의 시각을 보낸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러시 림보 등 우익 성향 인사들이 코르테스 의원을 “어린 소녀”, “치기 어린 젊은이” 정도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NYT는 “2020년 대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민주당 내 온건한 정치인들을 쓰러뜨리려는 코르테스의 위협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