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혹독한 3년차 징크스]
“국민 체감할 경제 성과 내겠다” 대통령 다짐 출발부터 삐끗
여당 내부선 “동시다발적 악재 대응 실패 땐 권력누수 가속”
여권이 의원비리와 계파갈등, 정책혼선으로 인한 ‘트리플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를 내겠다”며 신발끈을 동여맨 지 얼마 안 돼 빚어진 국면이라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17일 “집권 3년차 징크스는 불가피하지만 이번에는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점이 차이”라며 “대응에 실패할 경우 권력 누수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5년 단임(單任)제인 현행 대통령제에서 임기 반환점인 3년차 징크스는 불가피한 경로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집권층의 기강 해이나 비주류의 당권 도전이 시작되고,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 견제론에 점차 힘이 실리는 시점이라는 점에서다.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3년차인 2000년 권력형 비리인 정현준 게이트ㆍ진승현 게이트가 터졌다. 참여정부 때는 2005년 4ㆍ30 재보선 패배 후 야당과의 ‘대연정’ 제안이 당내 계파 갈등을 일으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정면 충돌하며 레임덕이 빨라졌다.
다만 의원비리와 계파갈등, 정책혼선 등 집권 3년차 3대 악재가 동시에 터졌다는 점이 여권의 고민이다. 우선 사법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던 여권은 서영교 의원이 사법농단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재판 청탁을 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술렁이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간사인 손혜원 의원이 상임위원직을 활용해 전남 목포에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도 골칫거리다. 자유한국당은 손 의원이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친구라는 점을 거론하며 권력형 비리로 판 키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의 복당과 손금주 의원의 입당 거부를 두고 당 중진인 박영선(4선)ㆍ우상호(3선) 의원이 꺼내든 ‘순혈주의’ 문제제기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ㆍ우 두 의원 모두 당 주류인 친문 진영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본격적인 계파갈등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류ㆍ비주류 할 것 없이 한목소리를 내왔던 집권 초와 달리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가 더 잦아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정책 추진력도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송영길 의원의 발언으로 여당 내에서 탈원전 논란이 불붙고, 야당까지 가세해 원전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여권 내에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영교ㆍ손혜원 의원에 대한 처리도 지난해 미투(#Me Too) 국면 때와는 달리 더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미투 국면에서 정무적으로 판단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을 즉각 제명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재판 청탁 의혹이 불거진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의 자진 사퇴를 수용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여권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선명성을 키우려는 야당 공세에 완전히 휘말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손혜원ㆍ서영교 두 의원은 경우 과거 사건이 우연히 시기가 맞물려 드러난 것으로 집권 3년차 증후군인 권력형 비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폐청산 이후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도덕 기준에 비춰볼 때 언제든 비리 문제는 불거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정치인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투기나 재판 거래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 같다”며 “깨끗하게 진상조사 해 내부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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