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직권남용
국회의원엔 사법행정 감독권 없고
② 업무방해
물리적 위력 행사 없어 적용 불가
③ 부정청탁금지
법 시행 이전 행위라 적용 안돼
입법부와 사법부의 재판 거래 정황이 드러나면서 재판 민원을 넣은 국회의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에선 국회의원들의 재판 민원을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아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탁을 접수해 재판부에 전달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원행정의 실무 총책임자로서 사법행정에 대한 지휘ㆍ감독권을 남용한 직권남용 혐의를 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임 전 처장에게 민원을 넣은 서 의원의 경우에도 직권남용의 공범 또는 교사범이 가능하다는 추론이 제기된다. 하지만 서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에게는 사법행정의 지휘ㆍ감독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가 없다.
직권남용 혐의보다 좀 더 포괄적인 업무방해 혐의 적용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9년 “업무방해죄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겠다는 취지라고 봐야 한다”며 “공무원이 위력을 행사하지 않고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물리적 위력 행사가 없었던 서 의원 사건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역시 법적 실효성은 거의 없다. 서 의원의 경우, 재판 청탁 행위가 김영란법 시행(2016년) 전인 2015년 5월에 발생해 적용 자체가 안 된다. 법 시행 이후 사건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김영란법이 공익적 목적으로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청탁의 예외 사유로 인정하고 있어 재판에서 공익성이 일부라도 인정되면 유죄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이런 사정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서 의원에 대한 처벌 및 법리 적용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동훈 차장검사는 이날 “아직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정치인 등 재판개입에 대한 처벌 가능성 문제는 법원행정처 수사 이후 충분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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