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운영하는 법률정보 게시판에 자살을 방조하는듯한 정보가 넘치고 있다.
생활 속 법률 정보를 알려준다는‘네이버 법률’이 문제의 게시판이다. 2017년부터 개통된 게시판으로 다양한 사건, 판례, 소송정보 등을 기사형태, 혹은 기고로 게시한다. 사건을 소개한 뉴스형태의 게시물 중 일부 게시물이 자살과 관련해 적나라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자살 위험이 높은 이들에게는 ‘독덩어리’를 모아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네이버와 한 언론사가 조인트벤처로 만든 ‘법률N미디어’가 이 게시판의 전체 편집을 맡고 있다.
게시된 콘텐츠들은 기자, 에디터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턴기자가 작성한 것도 있다. 실제 벌어진 사건에서 인물을 A씨, B씨등으로 묘사하는 방식으로 작성된 경우가 많다.일부 게시물은 표현 수위가 과할 뿐 아니라 자살 수단과 심지어는 유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예컨대 한 게시물은 다수의 사람이 만나 극단적 선택을 준비하고, 실제로 실내에 들어가기까지의 상황, 그 이후에 벌인 행동까지 단계별로 묘사하고 있다.이 게시물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과정, 극단적 선택을 실패하지 않기 위해 취한 행동도 설명하고 있다. 아파트의 특정층에 올라가서 몸을 던졌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있다. 검색을 쉽게 하도록 붙인 태그도 자살 고위험군을 자극한다. ‘다수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할 경우, 때에 따라 자살 방조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게시물은 법률 정보를 주려는 목적이지만, 이 게시물에는 ‘투신’ ‘동반자살’ 등의 키워드를 넣은 태그가 4개씩 반복적으로 붙어 있다. 이 키워드는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만든 가이드라인인‘자살보도권고기준3.0’ 에서 사용자제를 요청한 단어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극단적 선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걸어두는 것도 자살방조일 듯”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실제 한 네티즌은 “정말 다행인 것은 나도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었는데 미혼이라는 점”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사실상 극단적 선택을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안하다’는 정도의 유서내용도 ‘자살 고위험군’에게는 큰 자극이 된다고 우려한다. 기존 매체뿐 아니라 온라인 매체까지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인‘자살보도권고기준 3.0’은 유서와 자살 수단 공개에 대해 “막연하게 자살을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법 또는 장소에서 자살을 실행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위준영 중앙자살예방센터 미디어정보팀장은 “최근 언론사가 아닌 매체에서도 기사 형식으로 자살위험성을 높이는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며 “고위험군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자세한 콘텐츠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현주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장은 “비언론 매체들은 가이드라인을 지켜야겠다는 인식이 없다”며 “특히 청소년이 유서 내용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측은 자신들은 플랫폼을 제공할 뿐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운영주체는 조인트 벤처 회사이며 내용에 관여를 안한다”며 “어뷰징은 관리를 하지만 스크린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사이트에 네티즌들이 오랫동안 머물게 하기 위해 법률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김민호기자 kmh@hankookilbo.com
*우울감등말하기어려운고민으로전문가의도움이필요하면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희망의전화 129, 생명의전화 1588-9191, 청소년전화 1388등에전화하면 24시간상담을받을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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