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사업의 그늘... 외지인들 ‘먹잇감’으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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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사업의 그늘... 외지인들 ‘먹잇감’으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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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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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주민 “집 8~10채씩 사들여 가난한 원주민들만 피해” 

 대규모 정부 예산 투입… 수주 관련 업자들까지 몰려들어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17일 오전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관에 때마침 이 지역에서 열리는 위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문화재청 자문위원들이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도시재생사업이요? 아이고, 말씀도 마세요.”

17일 오후 광주의 한 도시재생 사업 지역에서 만난 주민 김모(49)씨는 “동네 살리기 사업은 잘 되고 있냐”는 질문에 대뜸 손사래부터 쳤다. “무슨 소리냐”고 묻자 그는 “외부 부동산 투기 세력과 정부 보조금을 빼먹으려는 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는데도 정부만 모르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새된 목소리를 냈다. 아니나 다를까, 2017년 도시재생 사업지역으로 선정되기 전 3.3㎡(1평)에 250만~300만원 하던 이곳 땅값은 현재 최고 10배 가량 폭등했고, 정부 보조금을 노린 업자도 동네에 발을 들인 상태였다. 김씨는 “주로 서울 등 외지인들이 집을 8~10채씩 사들이면서 부동산 가격을 올려 놓는 바람에 가난한 원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정부는 예산만 뿌리고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변질되고 있다. 전국의 도시재생 사업지들이 주거생활환경 개선 등으로 인한 땅값 상승을 노린 투기꾼들의 먹이감이 된 지는 오래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 과정에서도 이런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된 이곳의 국비 지원 대상 개별문화재인 일본식 상가 주택 등 건물 15채 중 10채가 손 의원 측이 건물을 사들이기 시작한 2017년 전후로 팔렸는데, 당시 매입자는 모두 서울 등 외지인이었다.

특히 사업 대상지마다 대규모 정부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이를 수주하려는 관련 업자들까지 몰려 들고 있는 상황이다.

“돈 빼먹는 방법도 재건축ㆍ재개발사업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보면 됩니다.” 전시환경디자인 전문업체를 운영했던 이모(56)씨는 성과내기 식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폐해를 전했다. 이씨는 “도시재생 사업엔 재생 공간 내 각종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커뮤니티를 회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문화기획이나 전시환경디자인 업자들이 낄 수밖에 없다”며 “이들은 대개 정치권 등 힘 있는 사람에게 줄을 대고 사업권을 따내는 데 사업계획을 부풀린 탓에 실상 결과물을 보면 볼품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존 건설 중심의 재개발사업과 달리 업자들이 정치권을 낀 채 그럴듯한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수주해 수익이 나면 돈을 나눠 먹는 구조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손 의원의 보좌관이 대표로 있던 한국무형유산진흥센터가 지난해 9월과 10월 열린 ‘목포 문화재 야행 2018’ 행사의 주관사였던 사실이 새삼 주목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행사엔 문화재청 국고보조금 목포시 보조금 등 3억6,000만원이 투입됐다. 한 건축사는 “도시재생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과 생각의 방식을 구현해 내고 이를 하나의 문화로 이끌어내 도시의 활력을 높여야 하는데, 업자들은 이를 돈벌이로만 생각하고 있는 게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A지역 도시재생주민협의체 관계자의 증언은 좀더 사실적이다. 그는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되면 문화기획자 등이 관(官)을 끼고 용역을 맡아 사업에 개입하는데, 이들은 기본계획 설계할 때부터 자기들 몫을 설계에 반영해 보조금을 빼먹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시재생 등을 놓고 비정상적인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보조금으로 진행되는 사업 방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한다. 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자치단체마다 사업 규모를 부풀려 사업비를 확보하는 실적 쌓기에 집중했고, 이로 인해 민간자본이 참여를 꺼리면서 생긴 틈을 문화기획업자들이 비집고 들어와 보조금 빼먹기 식의 사업을 관행화시켰다는 것이다. 이 사업이 정부 재정투입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런 부동산 투기 세력 등의 유입을 부추기는 도시재생사업이 외려 도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댕겨 놓은 불씨마저 꺼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상준 동신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가이드라인엔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평가해 시장 불안이 예상되는 지역은 선정에서 제외하고, 땅값이 급등한 곳은 보조금 삭감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업자들과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지역 주민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수요관리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목포=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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