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중국 화웨이가 국제사회에서 사면초가 신세다. 미국은 기술탈취 혐의 수사와 반도체 부품판매 금지 법안으로 휘몰아치고, 미국의 서방동맹 독일과 영국 등은 화웨이의 5G 장비가 유럽에서 발붙일 공간을 아예 없앨 심산이다. 지난달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데 이어 화웨이를 옭아매려는 미국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달 말 중국과의 각료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확실한 기선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화웨이에 대해 기술탈취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조만간 기소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 이동통신업체 T모바일은 화웨이가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사업 파트너 관계를 악용해 지식재산권을 도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2014년 시애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480만달러(약 53억8,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은 바 있다. 지재권 침탈은 미국이 지난해부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강력히 시정을 촉구해온 핵심 현안 중 하나다.
미 정부에 이어 의회도 ‘화웨이 때리기’에 나섰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란 제재와 수출통제 규정을 위반해 스파이 활동을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화웨이, ZTE 등 중국 업체들에 대해 미국의 반도체 칩과 부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로 정파 간 대립이 극심하지만, 미 정치권이 유독 중국을 겨냥해서는 한목소리를 낸 셈이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창립자와 최고경영자가 인민해방군 엔지니어 출신인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의 정보수집 기구”라며 “미국의 법을 위반하면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자 유럽국가들도 가세하며 일제히 바리케이드를 쳤다. 로이터 통신은 독일 한델블라트 신문을 인용, “화웨이가 맞출 수 없는 보안 표준을 논의해 참여를 막겠다"고 전했다. 화웨이를 겨냥한 독일 통신법 개정도 최후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업자 배제의 법적 근거가 없다”던 호의적 입장에서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앞서 영국에서는 국방장관까지 나서 화웨이의 5G 장비에 대한 안보 우려를 제기했고, 체코 정부는 보안 우려를 이유로 공무원들에게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폴란드는 지난주 수도 바르샤바에서 화웨이의 중ㆍ북부 유럽 판매 책임자를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프랑스 이동통신회사 오랑주도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중국 기업의 참여를 제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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