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휴양지에서 보내는 여유로움도, 중세 시대 건물이 뿜어내는 이국적 분위기도 바라지 않는다. 이들이 여행하고 싶은 곳은 “지구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무게만 해도 150㎏에 달하는 천체망원경과 천체사진 촬영장비를 챙겨 10여년을 함께 여행했다. 호주의 쿠나바라브란을 시작으로, “딱 일주일, 오직 별만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찾아간 미국 뉴멕시코주 해발 2,200m 산 정상에 위치한 천문대, 초원만큼이나 드넓은 하늘이 펼쳐진 몽골, 북극과 가까운 노르웨이, 하와이 빅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발걸음은 “별 보는 이들의 꿈이 실현되는 무대”로 향했다. 아마추어 천문가인 김지현(51)씨와 김동훈(50)씨의 탐험기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 담겨 출간됐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우주 여행책’이다. 실제 여행기와 함께 방대한 천문 지식을 대중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책은 지구가 속한 태양계를 시작으로 성운과 성단으로, 은하로 나아간다. 태양을 서울시청에, 해왕성의 궤도를 부산에 위치시켜 태양계를 축소하면, 수성ㆍ금성ㆍ지구ㆍ화성의 궤도는 서울을 벗어나지조차 못한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세계는 우주 전체의 4.9%에 해당할 뿐이다. 나머지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채우고 있다. 이런 내용들은 상상이 어려울 만큼 거대한 우주의 세계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게 돕는다.
두 저자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여행한다. 지구의 역사를, 우주의 역사를, 그리고 이를 밝혀낸 천문학 연구의 역사를 다뤘다. 138억년 전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유래된 원소들을 세포에 지니고 있는 인간은, 그렇기에 우주와 가까이에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별을 관찰하며 “1시간 동안 지름이 1만4,000광년이나 되는 은하를 모두 둘러보았다”는 이들의 말은 농담이 아니다. 독자들도 400여쪽의 책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비롯해 생생한 우주 사진과 감성 어린 문장이 여행의 감흥을 더한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고 아름다운 미술관”인 밤하늘을, “우주를 항해하는 거대한 보물선처럼” 느껴지는 천문대에서, “우주의 풍경을 그리는 화가”인 천체망원경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기회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김지현ㆍ김동훈 지음
어바웃어북 발행ㆍ456쪽ㆍ2만원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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