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는 29일 의회에서 열릴 예정인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신할 것을 요구했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돼 역대 최장인 26일째를 맞이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인해 경호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댔으나, 실상은 조속히 사태를 해결하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정연설 당일 경비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비밀경호국(SS)과 국토안보부가 (셧다운에 따른) 연방 공무원 일시 해고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번 주에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정부 업무 재개 이후로 다른 적절한 날을 잡도록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아니면 예정된 29일에 서면으로 의회에 국정연설을 전달하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같은 날 오후 키어스천 닐슨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국토안보부와 비밀경호국(SS)은 연방정부를 지원하고 보안을 확보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펠로시의 연기 요청을 일축했다.
미국 CNN 방송은 펠로시 의장의 제안에 대해 “때로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수가 가장 평범한 말로 전달된다”면서 “의회는 행정부와 동등한 권력기관이며, 국경장벽 예산을 얻기 위해 연방정부를 폐쇄하는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 본인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일깨우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시간대에 TV 국정연설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의 필요성을 주장할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은 매해 1월 말 치러지는 연례행사로 연방 의사당에서 양원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며, 주요 방송사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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