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이하 동사실)’ 시절에도 보호 중이던 동물을 안락사하고 이를 암매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대표가 2015년부터 4년간 구조한 동물 가운데 250여마리를 임의로 안락사하고 이를 은폐하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추가로 나온 폭로다.
16일 동사실 시절인 2007년부터 수년간 보호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온 A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박 대표가 구리와 남양주시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했던 위탁보호소와 경기 포천에 운영하던 내촌 보호소에서 안락사는 부지기수로 이뤄졌다”며 “안락사한 동물들은 보호소 안과 주변에 묻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5년과 2006년 위탁 보호소 운영 당시 안락사 시킨 동물들을 보관할 냉동고가 부족해 내촌 보호소에 묻었다는 것이다. A씨는 이어“2010년 1월 내촌 보호소에서도 대형견 6마리를 안락사하고 이를 보호소 안에 묻었다는 얘기를 직원으로부터 들었다”며 “박 대표에게 핀잔을 주자 ‘금방 썩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동물보호활동가인 박희태씨도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2009년 포천 내촌 보호소 부근에서 암매장으로 추정되는 동물 사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당시 내촌 보호소에서 동물들을 안락사한 뒤 보호소 안에 파묻었다는 내부고발자 제보가 있어 포천시청 공무원과 점검차 현장을 방문했다”며 “굴착기를 동원해 암매장 의심 지역을 발굴해보려 했으나 박 대표 등의 반발로 들어가지 못한 채 입구 인근에 있는 지역을 발굴해본 결과 동물 사체 3구가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당시 보호소 주변에 개농장도 있었고, 박 대표가 암매장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별다른 조처를 내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선 봉사자 A씨의 발언과도 일치한다. A씨는 “발굴현장에 있었고, 사체와 털이 나온 것은 맞다”면서 “당시 의심 정황은 있었지만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 시킨 동물의 사체는 의료 폐기물로 간주해 폐기물처리업체가 소각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들은 박 대표가 동물들의 사체를 암매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박 대표는 “박씨가 지정한 장소를 파보니 아무것도 안 나왔고 천 조각 같은 것만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박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급여를 받지 않기로 회계팀에 전달했다. 후원금이 끊어지는 상황에서 남은 동물을 위해 급여를 받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번 주 안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에 대해 소명하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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