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퍼 국제동물단체 ‘본프리재단’ 대표 방한
“동물의 이익을 위한 죽음만이 안락사입니다. 공간이 없다고 해서 건강한 동물을 죽이는 건 안락사가 아니라 살처분입니다.”
20여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동물단체 본프리재단의 크리스 드레이퍼 대표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드레이퍼 대표는 지난 15일 환경부와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주최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 참석과 한국의 체험동물원 실태 파악을 위해 방한했다.
드레이퍼 대표는 동물권단체 ‘케어’가 구조한 일부 동물을 안락사 시킨 게 밝혀지면서 불거진 안락사 논란에 대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목적 이외의 안락사는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공급과잉’으로 숫자가 불어나 어쩔 수 없이 안락사 되는 유기동물과 달리 개체 수를 통제할 수 있는 동물원이 더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동물원은 관람객들에게 새끼 동물을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번식을 시키고 이후 공간 포화로 건강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좁은 공간에서 코끼리를 수십년 사육하고, 호랑이를 번식시킴으로써 동물의 생명을 연장하는 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동물원과 수족관들이 현재 사육하고 있는 동물들의 환경개선에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드레이퍼 대표는 동물의 복지 향상을 위해 동물원ㆍ수족관이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럽연합(EU)국가들은 물론 인도 등 상당수 나라에서 이미 동물원과 수족관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운영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 ‘뽀롱이’가 탈출해 사살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동물원과 수족관 허가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동물원과 수족관 운영자들은 이를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드레이퍼 대표는 “등록제만으로는 동물복지를 실현할 수 없다”면서 “단순히 서류상 허가제가 아니라 실제 검사관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동물 복지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검사 절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영국은 수의사, 동물복지전문가 등 28명으로 된 검사관들이 무작위로 2명씩 짝을 이뤄 동물원과 수족관 검사를 하고 있다.
드레이퍼 대표는 이어 최근에는 동물원에서 사육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대표적 동물인 북극곰, 돌고래 등은 생츄어리(보호소)로 보내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동물원이 해당 동물에 맞는 서식 환경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큰돌고래 태지의 경우에도 바다쉼터로 보내는 게 맞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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