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독립ㆍ투명성 선행 필요”재계선 공정성에 우려 시각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한진그룹을 비롯한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이 과연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적폐청산의 도구로 쓰여 기업에 대한 경영간섭이 심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한진 오너 일가는 범죄까지 저지르며 주식 가치를 낮춰 주주로서 적절한 권한 행사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렇지만 권한 행사에 앞서 독립성 확보에 좀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이 주요 부처 차관인 구조를 꼬집은 것이다. 그는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가 기업 경영에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관여하게 된다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된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관계자도 “문제가 있는 대주주를 견제한다는 측면만 보면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스튜어드십코드 행사 이전에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ㆍ확보하는 일을 선행했어야 했다”며 “한진 오너 일가에 대한 조치만 보면 국민연금이 앞으로 적폐청산, 재벌개혁의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신년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처럼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일부에서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경계하고 있는 것은,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까지 제약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에둘러 불만을 표현했다.
대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정부 입김에 큰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게 되면 기업들은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해야 할 시기이며 국민연금의 경영권 참여가 관치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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