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부하 시푸엔테스 증언
CNN “멕시코 최고위층 강타” 사건

마약밀매 혐의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멕시코의 ‘마약 왕’ 호아킨 구스만(61)이 지난해 12월 퇴임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멕시코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스만의 옛 부하인 알렉스 시푸엔테스의 입을 통해서다.
15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콜롬비아 출신 마약 밀매 조직원인 시푸엔테스는 이날 뉴욕 브룩클린 연방법원 심리에서 “구스만이 니에토 전 대통령에게 1억 달러(약1,124억원)를 건넸다”고 증언했다. 2012년 말 당선됐을 당시 니에토 대통령이 구스만에 대한 멕시코 당국의 검거 작업을 끝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 돈의 의미가 더 이상 구스만이 숨어 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냐”는 변호인 질문에 시푸엔테스는 “그렇다”고 답했다. 시푸엔테스는 그 돈이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성을 통해 전달됐다고 했지만, 돈이 건네진 구체적 시기는 모른다고 했다.
‘엘 차포’(땅딸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구스만은 마약 밀매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미 재무부는 그가 마약밀매로 얻은 돈으로 멕시코에서만 95개 기업을 설립하는 등 연간 30억달러 매출을 올렸다고 추산한 바 있다. 2014년 2월 멕시코에서 검거돼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두 번에 걸쳐 탈옥했다. 특히 2015년 7월 10m 깊이 땅굴을 통해 이뤄진 그의 두 번째 탈옥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시날로아주 은거지에 숨어살던 중 2016년 1월 멕시코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붙잡혀 결국 지난해 1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시푸엔테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구스만-니에토 커넥션’은 마약 밀매로 얻은 ‘검은 돈’이 최고 권력자까지 뻗치고 있는 멕시코의 심각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CNN은 “구스만의 돈이 정치인과 경찰, 군인들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증언은 이미 있었지만, 시푸엔테스의 주장은 멕시코 최고위층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구스만 변호인은 지난해 11월 심리에서도 구스만이 전ㆍ현직 대통령들에게 수 억 달러 상당의 뇌물을 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니에토 전 대통령 측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이날 시푸엔테스의 주장과, 관련 니에토 전 대통령 측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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