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술 부문 수상작 ‘한반도 화교사’의 이정희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
“중국의 영향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경제, 정치, 통일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14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열린 2018년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 ‘한반도 화교사’(동아시아)로 학술 부문을 수상한 이정희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는 미세먼지 얘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날 마포구의 초미세먼지 일 평균 농도는 131㎍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이 교수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의식주를 중심으로 한 화교의 경제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일본이 통치한 시기여서 일본인 상점이 당시 시장을 독점했을 것이라 상상하기 쉽지만, 당시 한반도의 주단포목상점 4,000여곳 중 20%는 화교가 경영하고 있었고 판매총액이 3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1930년대 전국에 화교가 운영하는 중화요리점이 2,700개가 넘었고, 화교의 야채생산액이 조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가 넘었다”고 덧붙였다.
건축 시공에서도 화교들은 활발하게 활동했다. 1898년 완공된 명동성당이 대표적이다. 이교수는 “명동성당이 아름다운 이유를 아는지”를 물었다. 이 교수의 답. “명동성당의 벽돌은 붉지 않고 은은한 회색이어서 그렇다. 당시 명동에 거주하던 화교 벽돌공들은 고유의 기술을 사용해 질 높은 벽돌을 직접 구워내 사용했다.”
화교들은 왜 갑자기 사라진 걸까. 화교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이 교수는 “화교들이 제도적, 사회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아 그들의 경제활동이 해방 이후 대부분 쇠퇴하고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소 농사를 짓던 화교들은 해방 이후 외국인 토지법에 따라 농지를 가질 수 없게 돼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며 “중일전쟁 영향으로 물자 이동이 제약받고 국가가 포목을 배급하면서 주단포목상점도 문을 닫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20여년간 화교를 연구한 고충을 털어놓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화교를 주제로 한 연구 발표 때마다 두 가지 질문을 빼놓지 않고 받는다고 한다. ‘당신은 화교인가요’와 ‘당신은 왜 화교를 연구합니까’. 이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초대강국으로 올라서면서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우리가 중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중국과 동아시아와 연결되는 한반도 평화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을 작은 화교 연구를 통해 이루고자 한다”고 했다. 또 “우리 안의 소수자로 존재하는 이웃인 화교를 통해 바라보면 중국을 좀더 잘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화교사’는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 거주한 화교와 관련한 방대한 문헌, 구술 자료를 토대로 화교의 존재를 새롭게 조명했다.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라는 거대담론을 화교의 경제활동을 열쇳말로 미시적으로 풀어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