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산업ㆍ고용위기 지역에… 실효성 논란
정부가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올해 예산 가운데 200억~300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다음주부터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행정안전부의 특별교부금도 600억원 안팎이 투입돼 총 900억원이 지원된다.
조선ㆍ자동차 업종 불황의 직격탄을 맞는 지역에 설을 앞두고 추가로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한달 전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정해진 예산 외의 돈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예비비 편성 요건에 맞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예비비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고용ㆍ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이날까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로부터 예비비 편성 명세서를 공문으로 제출 받았다. 예비비 투입 규모는 최대 3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이를 오는 22일 국무회의에 긴급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통상 예비비 편성은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되지만, 이번에는 곧바로 대통령의 승인을 받겠다는 의미다.
기재부가 풀기로 한 예산의 출처는 올해 1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해 놓은 ‘목적예비비’다. 목적예비비는 ‘2019년 예산총칙’에 규정된 특별한 목적 이외에 사용할 수 없다. 올해는 기존의 △재해대책비 △인건비 △환율변동으로 인한 원화부족액 보전 경비 등에 더해, 지난해 지정된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및 업종에 대한 재정지원에도 쓸 수 있도록 규정됐다. 이에 따라 군산, 통영, 고성, 거제, 창원, 울산 동구, 목포ㆍ영암ㆍ해남(공동지정) 등 산업ㆍ고용위기지역 7곳에 목적예비비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428조8,000억원) 대비 크게 늘어난 올해 예산(469조6,000억원)이 이제 막 집행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추가로 예비비까지 쏟아 부을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ㆍ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자체에는 경기 활성화 사업이 늘어나 올해 예산이 지난해 대비 대폭 증가했다.
창원의 경우 작년보다 2,869억원 증가한 2조9,872억원을, 목포는 680억원 증가한 7,388억원의 예산을 각각 확보했다. 다른 지역도 지난해 대비 예산 증가분만 57억원(강원 고성군)에서 377억원(목포시)에 달한다. 이런 예산들이 쓰이기도 전에 추가로 정부 예산을 내려 보내겠다는 의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 예산이 없다면 모르지만 정부가 너무 이른 시기에 예비비를 쓰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조차 이번 예비비 편성이 법률상 요건에 맞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예비비 편성은 △예측 불가능성 △시급성 △불가피성 △보충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전 예측이 불가능하고, 다음해까지 기다릴 수 없거나, 다른 방법으로는 재원을 조달할 수 없을 때 예비비를 쓴다는 의미다.
더욱이 행안부가 자율적으로 결정해 내려 보내는 특별교부금도 설을 앞두고 지원된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특별교부금은 명절 전 행안부가 지역에 지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예비비까지 더해진 경우는 처음”이라며 “기재부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전시용’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산업ㆍ위기지역 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그곳의 요청이 있었다”며 “국회에서 이런 목적으로 쓰겠다는 것으로 통과된 예산이어서 정해지지 않은 곳에 사용하는 일반예비비 요건을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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