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산 2017년 3월은 문광위 소속, 문화재청 사업 인지 가능성
1년 5개월간 손 측은 9채 매입… 손 “목포 살리려는 선의” 반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문광위)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역사공간) 등록문화재 지정 계획을 미리 알았거나 지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의 진위 여부를 가릴 중요한 열쇠다. 손 의원이 ‘힘’을 썼다면, ‘권력형 투기 시도’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손 의원은 “낙후한 목포 구도심 재생, 역사 가치 지키기 등을 위한 선의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손 의원이 남편, 조카 두 명, 보좌관 가족 등 명의로 목포 시내 역사공간 일대 건물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3월부터다. 그로부터 8개월 뒤인 2017년 11월 손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목포 근대문화재’를 직접 언급한다. 위원회에 참석한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을 향해 “목포에 근대문화재 (가치가 있는) 목조주택이 그대로 있다”며 “각 시ㆍ도가 문화재 복원 사업을 신청하게 하고, 심의해서 문화재청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 문화재청은 2018년 1월 전체 시ㆍ도를 대상으로 역사공간 조성사업 공모를 냈고, 목포시가 공모에 참여했다.
2017년 8월에는 국토교통부 중심의 ‘도시재생특위’가 지역 활성화 사업을 검토하면서 대상 지역 중 하나로 목포가 거론되기도 했다. 역시 손 의원 조카가 역사공간 내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건물을 공동명의로 구입한 후 불과 2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내부 정보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손 의원은 16일 보도자료를 내 “허무맹랑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부동산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조카가 개발 이익을 노렸다면 ‘창성장’을 방치했을 텐데 문화재 지정 전에 수천 만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끝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손 의원은 “친ㆍ인척이나 재단 명의로 매입한 건물은 단 한 건도 등록문화재가 되지 못했다”며 “역사와 문화를 살린 도시재생 모범사례를 만들기 위해 지인들에게 목포 구도심 건물 매입을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사업 공모 이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는 공모 지역을 대상으로 심의를 진행했다. 목포와 전북 군산, 경북 영주가 심의를 통과해 3개 지역이 같은 해 6월 문화재 지구로 등록 예고됐고, 8월엔 등록문화재로 고시됐다. 손 의원이 지난해 김종진 당시 문화재청장에게 “목포 등 근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대책을 세워 달라”고 촉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손 의원이 심의 과정에 입김을 쏘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손 의원은 지난해 문광위 여당 간사였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정 심의는 전문가 현지 조사를 비롯한 엄격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특정인 의견이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건축사 분야의 한 대학 교수는 “목포의 문화재 거리를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계 안팎에서 꾸준히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의원이 자신과 보좌관의 친척을 앞세워 2018년 8월까지 약 1년 5개월 동안 역사공간 인근 건물 9채를 집중 매입한 의도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손 의원은 20대 조카에게 거액의 건물 매입 자금까지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목포 해당 거리를 문화재로 발전시킬 마음이었다면 (손 의원이) 사적 매입이 아니라 공공재단을 만들어 추진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손 의원을 비롯해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까지 불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 직후 “당 사무처에 상황파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재정 당 대변인은 “빠른 시일 내 조사를 완료할 방침”이라며 “관련 내용이 정리된 이후 두 의원에 대한 후속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