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곡도 화제… 영상과 맞물린 섬세한 선곡 호평
‘주부 감성 아냐’ 묻힐 뻔하다 음악감독이 밀어붙여
JTBC 드라마 'SKY 캐슬' 한 장면. 입시코디네이터인 김주영을 향해 그가 가르쳤던 학생의 아버지가 총을 겨누고 있다. JTBC 제공

눈이 사뿐히 내리던 어느 겨울, 하얀 밤. 밀레의 풍경화처럼 평온하던 연못 주위에 시뻘건 피가 흐른다. 하나뿐인 아들의 의대 진학에 기뻐하던 어머니의 자살. ‘날 아들이라고 생각은 하는 거야?’ 컴퓨터 안에 들어 있던 아들의 일기엔 부모를 향한 저주가 가득하다. 영상과 함께 노래 “위 올 라이(We all lie)”가 흘러 주는 반전은 아찔하다.

JTBC 인기 드라마 ‘SKY 캐슬’은 모든 비극의 순간에 ‘우리 모두 거짓’이란 뜻의 ‘위 올 라이’가 포개진다. 강렬한 이야기와 더불어 노래도 인기다. 가수 허진이 부른 이 곡은 멜론차트 60위(16일 오후 1시 기준)에 올랐다. 무명이나 다름없는 가수의 노래가 이 차트 100위에 진입하기는 이례적이다. 온라인엔 ‘가게에서 이 노래 나왔는데 샤넬 매장 걷는 줄 알았네’(bbum****, eemoni****)식의 글이 이어졌다. 이 노래가 나오면 시궁창 같은 현실도 ‘명품’이 된다는 패러디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주제곡까지 시청자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화제의 노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위 올 라이’는 시나리오에서 ‘탄생’했다. 거짓, 명예, 가면 등 시나리오의 핵심적 단어를 뽑아 노랫말을 지었다고 한다. 우리말로 대놓고 부르면 노골적으로 들릴까 영어로 에둘러 표현했다. 가수의 목소리에 맞춰 제작되기 급급한 여느 드라마 OST와 다른 접근 방식이었다. 최정인씨가 지난 가을에 작사, 작곡했다. 그는 ‘SKY 캐슬’ 음악 제작 및 기획을 총괄한 김태성 음악감독의 창작팀 모노폴의 일원이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노래는 주제곡으로 쓰이지 못 할 뻔했다. 애초 드라마 시청 타깃을 30~40대 주부로 잡았는데 곡 분위기가 너무 젊지 않냐 등의 반대 의견이 나와서였다. 이 곡을 밀어붙인 건 김 음악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16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곡의 핵심정서는 불안”이라며 “그래서 건조하게 곡을 구성했고 극 중 혜나(김보라)의 죽음 등에 쓰일 음악이라 젊은 분위기로 가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위 올 라이’는 곡의 빠르기에 따라 3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SKY 캐슬’은 캐릭터를 선명하게 하기 위해 클래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입시 코디네이터인 김주영(김서형)의 테마곡은 슈베르트의 ‘마왕’이다. 괴테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마왕’은 마왕에 자식을 뺏긴 아버지의 이야기다. 김 감독은 “의대 진학을 빌미로 영재(송건희)와 예서(김혜윤)의 마음을 부모에게서 빼앗는 김주영의 캐릭터를 부각하기 위해 한 선곡”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주부 노승혜(윤세아)가 로스쿨 교수이자 남편인 차민혁(김병철)에 맞서 아이들 공부방에 겹겹이 쌓인 벽을 망치로 허물 땐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흐른다. 앞서 그의 남편이 고급 빌라 SKY캐슬의 입주민을 상대로 마련한 독서 토론에서 읽은 책과 제목이 같은 노래다. 학벌 중심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남편에 억눌려 살던 아내의 혁명과도 같은 행동을 은유한다. 김 감독은 “이 곡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오마주”라고 귀띔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문명 발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배경 음악으로 썼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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