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파워인물] <9> 박미진 강원도농업기술원 담당
15년간 ‘농촌장수건강마을’ 추진
대상 6번ㆍ공동체 활성화 성과
“고령화 농촌 활성화 시대적 과제”
강원도의 고령화 인구 비율(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8.1%로 경남과 전북, 경북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다. 강원지역 농촌의 사정은 더 심각해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다.
아이 울음 소리가 끊긴지 10년은 족히 지났다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유아동용품을 파는 곳이 사라진 곳도 상당수다. 농촌에서는 60대가 젊은이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박미진(51) 강원도 농업기술원 생활기술 담당은 “어쩔 수 없이 농촌의 주인이 된 노인들에 대한 복지가 빼놓을 수 없는 시대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박 담당은 정부가 고령화된 농촌에 활력을 주기 위해 추진한 건강장수마을 사업의 담당자다. “사업 초기 우물을 건드리면 재앙이 온다”는 미신으로 마을 환경정비에 어려움을 겪는 등 웃지 못할 일들도 많았다”는 그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15년을 농촌 어르신과 함께하고 있다. 그 동안 정부 평가에서 6차례나 대상을 차지한 그는 자타공인 농촌복지 전문가다. 2016년 5월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건강장수마을 지원조례를 만들어 강원도형 장수마을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느덧 29년의 공직생활의 절반을 농촌 어르신들의 복지를 고민한 그가 직원들과 직ㆍ간접적으로 관리하는 강원도내 장수마을은 220곳. 전국의 25%에 달한다.
그는 고령화된 농촌에 활력을 주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을 ‘바쁜 삶’이라고 강조했다.
노인들도 농사를 포함한 자기 일을 갖고 취미생활, 동아리활동을 통해 젊은 직장인들과 비슷한 라이프 사이클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나 역할을 맡도록 해 자신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노익장이니, 영감님이니 하는 말들보다 당신이 여전히 주연이라는 격려 또한 중요하죠.”
여기에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과 쾌적한 환경개선, 이장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교육 등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어우러져야 삶의 질이 높은 농촌마을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담당이 꼽는 농촌 장수마을의 롤 모델은 춘천시 서면 방동 1리. 춘천시내와 소양강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전형적인 농촌인 이 마을 주민들은 10여년 전 강원도립무용단의 도움을 받아 ‘박사동네 마을춤’을 만들었다.
강원도 아리랑 가락에 맞춘 춤사위는 건강체조 역할을 물론 마을 주민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방파 방송에 10차례나 소개돼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고 농촌진흥청에서 마련한 어르신 전통문화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사마을 어르신들의 경험과 손재주를 활용한 규방공예와 주말농장, 전통장 판매 등을 통해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박 담당은 “이 사업을 통해 늙고 지친 마을이 아니라 인생 2막을 설계하는 희망의 장이라는 점을 전국에 알렸고,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마을 어르신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할머니 쌈지’라는 책을 발간한 춘천 서면 안비마을도 그가 꼽는 장수마을 사업의 성공사례다. “글을 뒤늦게 깨우치는 재미와 본인만의 특별한 레시피, 붓으로 사군자(四君子)를 그리다 수전증이 없어졌다는 깨알 같은 어르신들의 사연을 담은 이 책이 마을의 자랑거리가 됐어요. 마치 제가 쓴 책이 나온 것처럼 뿌듯했죠.”
그에 따르면 어르신들이 난타 공연을 펼치는 원주시 부론면 흥호1리도 장수마을 사업을 통해 마을이 활력을 되찾았다.
박 담당은 올 한해 도내 장수마을을 한 단계 업 그레이드 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쌀과 메주, 참기름, 두부 등 마을의 먹을거리를 홍보해 소득증대 방안을 마련하고, 마을의 전설 등을 스토리텔링하고 청정 자연을 홍보해 ‘팜 스테이’ 관광객 유치가 그가 생각하는 활성화 방안 중 하나다. 어르신들이 젊은 층에게 장수와 건강 비결을 직접 전수하는 프로그램도 고심 중이다. “농촌 어르신들이 전하는 경험과 노하우가 경제적 가치를 만들고 지역에 활력을 주는 강원도형 모델을 만들어야죠.”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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