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다’는 말은 광범위하다.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감전이나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으로 표현되는 자발통, 옷에 스치거나 살짝 만질 때 느껴지는 통증인 이질통, 자극에 대해 평소보다 심한 통증이 있는 통각과민, 먹먹하거나 마취가 된 것 같은 감각저하 등 여러 증상의 일부를 ‘저리다’고 표현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손발이 저리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고 생각해 손을 주무르는 등 대증요법을 하게 된다. 물론 잘못된 자세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손발저림은 혈액순환 문제가 맞다.
하지만 2주 이상 손발이 계속 저리다면 말초신경질환이나 목디스크(경추 추간판탈출증), 척추질환, 뇌졸중 등 다른 병 때문일 수 있다. 이수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저리다라는 한 단어로 표현되지만 손발저림은 증상과 원인 질환이 매우 다양하다”며 “손발이 지속적으로 저리다면 정확한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을 저리게 만드는 가장 흔한 원인은 ‘말초신경병증’이다. 팔다리를 비롯해 온 몸에 전선줄처럼 퍼져 있는 말초 신경계 손상으로 생기는 것이다. 이상감각, 감각저하, 저림증 등과 함께 힘이 빠지는 근육 마비까지 올 수 있다. 전에 없던 손발 저림이 발바닥이나 발가락 끝, 손가락 끝에서부터 나타나 점차 올라온다.
손목터널증후군도 말초신경병증의 하나로 손을 저리게 하는 흔한 원인이다. 한쪽 팔이나 다리만 저린 현상이 나타난다. 손목인대, 손목관절 등의 구조물 사이에서 정중신경 압박으로 생긴다. 주로 1, 2, 3번째 손가락이 저리며 일을 많이 한 뒤 심해지다 손을 털면 증상이 완화된다. 안석원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손목을 완전히 안으로 굽혔을 때 손이 아프고 저리거나, 손목 가운데 말초신경 부위를 누르거나 가볍게 칠 때 손이 저리면 손목터널증후군일 수 있다”고 했다.
손이 저리면서 손가락까지 전기가 흐르는 듯이 찌릿한 자극이나 어깨통증, 두통, 뒷목 뻣뻣함 등이 생기면 목디스크일 수 있다. 경추뼈 사이의 디스크 내부 수핵이 빠져 나와 신경근이나 척수를 눌러 뒷목이 뻐근하고 쑤시면서 어깨와 팔, 손 저림과 통증이 생긴다.
갑자기 손발이 저리기 시작하거나, 두통, 어지럼, 언어 마비, 입술 저림, 팔다리의 힘 빠지는 증상 등이 생기거나, 오른쪽이나 왼쪽 팔다리만 저리면 뇌졸중(뇌경색ㆍ뇌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면역질환, 대사질환, 드물게 유전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전신질환으로 번지면 호흡이 마비될 수 있고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최악은 손발저림과 함께 순환장애와 감각장애가 함께 생길 때다. 당뇨병을 오래 앓았고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면 이들 장애가 함께 올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로 손이 저리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정밀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 이 교수는 “손발저림을 예방하려면 기저질환(혈당, 이상지질혈증 등) 관리, 금주와 금연, 특정 부위의 과다 사용 자제, 올바른 자세, 작업 전 스트레칭 등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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