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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앤라이프] 장은진 녹원회 회장 “미스코리아의 책임감, 재능 기부로 어린이들에게 돌려드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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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앤라이프] 장은진 녹원회 회장 “미스코리아의 책임감, 재능 기부로 어린이들에게 돌려드릴래요”

입력
2019.01.16 13:21
수정
2019.01.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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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진 녹원회 회장. 녹원회 제공
장은진 녹원회 회장. 녹원회 제공

빛나는 왕관과 우아한 드레스로 상징됐던 전(前) ‘국가대표 미인’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새로 선보일 [미코앤라이프]는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미스코리아 당선자들의 근황과 동정을 소개합니다. 화려했던 지난날의 영광을 뒤로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우먼파워’를 과시중인 이들의 건강한 삶을 통해, 진정한 ‘미’의 의미와 기준을 알아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미스코리아를 생각했는데 ‘미즈’코리아가 나타났다. 그것도 제법 듬직하게 자란 열 살배기 딸과 여덟 살배기 아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입니다. 픽업해서 오는 길이라 같이 왔는데, 괜찮죠?” 왕관과 상패를 들고 카퍼레이드를 하는 미스코리아 대신 두 아이를 태우고 운전대를 잡은 워킹맘의 모습이라니 뭔가 색달랐다. “여기 테라스 어떠세요? 계절마다 풍경은 다른데, 편한 분위기는 한결같아요.” 그렇게 변화무쌍 하면서도 한결같은 장은진(2000년 미스갤러리아) 녹원회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HI : 솔직히 평범한 삶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입학하셨나요?

장은진(이하 장) : 수석으로 입학한 예원학교를 1996년에 졸업하고, 일년후 열여덟 살이 되자마자 학교장 추천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어요. 쉽게 말해 고등학교 과정을 건너 뛴 거죠. 97년 갑자기 특기자 수시 입학제도가 생기면서 가능했어요. 그렇다고 추천서 한 장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1~2차는 실기평가, 3차는 심층면접이었는데 총 세 번의 시험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답니다.

HI : 본인은 쑥스러워 얘기하지 않지만, 한 마디로 영재이셨군요. (웃음) 왜 무용가의 길을 가지 않았나요.

장 : 당선 이후 장점은 그 연령대에 해보지 못 할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해본 것이고, 단점은 집중해서 예술가의 한길로만 나아가지 못하게 된 것이죠. 남들보다 학교를 일찍 들어갔던 만큼, 그때는 사회 생활도 일찍 시작하고 싶었어요. 때마침 학교 원장님께서 미스코리아 대회 참가를 추천해주셨고, 제 뜻도 같았죠. 하지만 그에 따른 기대를 혼자 겪어내기가 힘들었어요. 또 네 살이나 많은 학교 동기들의 연륜과 느낌을 따라가기도 역부족이었어요. 원래 제가 생각했던 무용은 완성도 높은 테크닉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삶에 대한 깊이를 끊임없이 고찰하는 것이었죠.

HI : 솔직히 미스코리아 당선후 대학 생활이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장 : 그건 저 뿐만이 아닐 거예요. 사실 미스코리아 모두가 평범한 학생이잖아요. 어렸을 때는 갑자기 들이닥친 행운에 금방 적응하고 더 큰 꿈에 부풀게 됩니다. 그런데 1년간의 미스코리아 활동이 끝나면 현실은 또 다시 학생 중 한 명인거죠. 그래서 대회가 끝난 후에 잠시 성장이 멈춰버린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미스코리아들끼리 만나면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고 보듬어줄 수가 있나 봐요.

HI : 요즘 미스코리아들도 그런 과정을 겪을까요?

장 : 그럴지도요. 하지만 요즘 후배들은 참 지혜롭단 생각이 들어요. 대회에 나오는 계기도 우리때와는 달라요. 누군가의 권유가 아닌, 스스로 장래 희망과 경력을 고려해서 나오거든요. 또 타이틀이 생기면 오래 방황하지 않고, 다음 행보를 결정하더라고요.

HI : 어쩌면 대회 이후의 삶이 더 모험이 될지도 모르는데, 왜 매해 참가하는 여학생들이 줄지 않는 걸까요. 미스코리아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장 : 미스코리아는 평생 지지 않는 빛이 아닐까요. 선발됐던 당시의 화려한 빛이 이제는 은은한 빛으로 바뀌어가는 느낌입니다. 사회 활동을 하든,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가 그리고 며느리가 됐든 말이죠.

장은진 녹원회 회장이 지난해 연말 송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녹원회 제공
장은진 녹원회 회장이 지난해 연말 송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녹원회 제공

HI : 평생 지지 않는 빛은 뭔가를 비출 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장 : 맞습니다. 스스로 노력해 얻어내는 것과 타고 태어나는 것 중 미스코리아 선발은 어느 정도후자에 속해요. 하지만 어떠한 분야에서든 시간이 지날수록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하죠. 평생 미스코리아로 살아가려면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해요. 하늘이 주신 지혜와 아름다움을 가꾸고 또 나눠야만 한답니다.

HI : 미스코리아들의 봉사 활동이 활발한 이유로도 들립니다.

장 : 20대 초반에는 선배님들과 뭔가를 함께 한다는 자체가 좋았어요. 방송이나 해외 프로젝트를 할 때도 좋지만, 봉사 활동을 하고 나면 유독 돈독해지곤 했어요.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과 사업을 하면서 틈틈이 봉사 활동을 병행할 때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 사심 없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걸요.

HI : 회장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녹원회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장 : 녹원회는 미스코리아 본선 당선자들의 친목모임으로 87년 시작된 사단법인 봉사단체입니다. 2013년 사회적 책임을 지고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는 사단법인으로, 2016년에는 기획재정부 등록 지정기부금 단체로 거듭났습니다. 미스코리아는 모두가 특별한 사람들이지만, 함께 있을 때 더 빛이 난다는 특성이 있어요. 그리고 미스코리아들만의 아우라가 모인 곳이 녹원회입니다.

HI : 녹원회의 새로운 활동 방향이 궁금합니다.

장 : 녹원회 회원들 중에는 워킹맘들이 많아요. 미스코리아 엄마들이 가진 재능과 공감능력, 모성애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교육과 영감을 주고 싶어요. 좀 더 구체적으론 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위한 드림센터 건립을 위해 힘써볼 계획입니다. 미스코리아들의 재능 기부로 꾸려질 바자회와 패션쇼,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서요. 미스코리아들 가운데는 음악 미술 무용 문학 뷰티 패션 요리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과거 수동적인 한국의 여성상을 깨고 무대에 올랐던 그 분들의 재능 환원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활발히 이뤄지면, 아이들도 더 많은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리라 믿어요.

김수현(2006년 ‘미’ 미스한국일보) 녹원회 이사 crescent0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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