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이라 불린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본보 1월 15일자 11면) 피고인이 10년 만에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제주검찰청 형사1부(부장 우남준)는 2009년 2월 1일 발생한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고인 박모(49)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사건 당시 택시 운전을 했던 박씨는 보육 여교사인 이모(당시 26)씨를 제주시 용담동에서 태우고 애월읍으로 가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이씨가 실종 당일 숨진 것으로 판단해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당시 부검의가 사체 발견 시점인 2009년 2월 8일 24시간 이내 사망했다는 소견을 제시했고 이 시간대에 박씨의 행적이 확인되면서 풀려나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해 4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와 돼지 등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벌였고, 실험 결과를 토대로 A씨의 사망 추정시간을 재분석해 실종 당일인 2월 1일 오전 3시에서 4시 사이로 제시했다. 이처럼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간이 달라짐에 따라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섬유 미세 증거물(실오라기) 등 새로운 증거를 확보해 유력 용의자였던 박씨를 지난 5월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각됐다.
경찰은 이후 7개월간 섬유 미세 증거물에 대한 추가 보강 수사를 진행해 피해자와 피해자가 결렬한 신체 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또 사건 발생 당시 CCTV 장면에 대해 추가로 보정작업을 진행해 이씨가 탔을 것으로 보이는 영상의 택시가 박씨의 것과 종류와 색깔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했고, 범행 현장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 다른 차량의 동선도 파악한 결과 이씨가 다른 차량에 탑승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처럼 경찰과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사유에 대한 보완을 거쳐 지난달 18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이어 21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담당경찰관들과 함께 보강 수사를 진행해 사체와 차량에서 확보된 섬유의 정밀 감정, 범행 경로 주변의 CCTV 정밀 분석 등 과학수사를 통해 증거를 보강했다”며 “억울하게 죽은 망자의 한을 풀어준다는 취지에서 향후 수사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해 공소사실 입증 및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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