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대표가 기관 이사회 배석…정부 “노동이사제 법 통과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관하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가 이르면 이달 중 9개 공공기관에 우선 도입된다.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노동이사제 도입이 국회에서 막힌 가운데 과도기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9개 공공기관은 이달 중 이사회 운영 규정을 개정, 다음 열리는 이사회부터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관을 허용할 계획이다. 해당 공공기관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석유관리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사학진흥재단,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장학재단, 문화예술위원회, 한국정보화진흥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들 기관 중 2곳 정도는 이달 중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들 공공기관은 노사 합의를 통해 근로자의 이사회 참관제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 기관 외에도 5개 공공기관이 노사 간 막바지 세부 조율을 진행 중이어서 근로자 참관제 도입 기관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는 지난해 10월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미뤄진 데 대해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노동이사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데 국회에서 통과가 되고 있지 않다”며 “대신 법 개정 없이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한 데서 출발했다. 기재부는 이후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법 개정 없이 공공기관 내부 이사회 운영 규정만 바꿔 시행할 수 있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도입을 결정,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거쳤고 14개 공공기관이 참여 의사를 제출했다.
정부는 9개 이들 기관에서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시범 운용한 뒤 노사 합의를 이룬 기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추가 수요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합의가 끝난 9개 기관은 1, 2월 중 바로 시행되며 추후 도입한 공공기관 이사진과 참관인들 면담 등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한 뒤 하반기에 수요조사를 거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는 기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배석해 참관하도록 보장한 제도다.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이사제보다 근로자의 권한이 강하진 않다. 일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정부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미루려 참관제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국정과제를 이행해야 하는 정부가 도입을 반대할 리가 있겠느냐”며 “마냥 법개정만을 기다릴 수 없어 과도기적으로 참관제를 도입하는 것이고, 노동이사제 관련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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