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에 대화 참여 촉구하며 시범서비스 중단
택시업계 “꼼수” 냉랭… 대타협기구엔 참여 입장
지난해 10월 카풀(승차공유) 서비스를 위한 기사 모집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어오던 카카오가 정식 서비스의 무기한 연기에 이어 시범 서비스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백지화’까지 언급하며 대화 의지를 밝혔지만 택시 업계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가 택시 업계의 반발에 막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카풀 시범 서비스를 40여일 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더 많은 대화 기회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대화에는 어떤 전제도 없으며, 서비스 출시를 백지화할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의 카풀 시범 서비스 중단은 택시업계가 사회적 대타협기구 참여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사안이다. 카풀은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유경제 서비스이지만, 국내에선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로 벽에 부딪힌 상태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지난해 11월 카풀 논란을 다루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족한 ‘택시ㆍ카풀 태스크포스(TF)’가 만든 조직으로, 지난달 28일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택시업계가 당일 돌연 불참을 선언하며 무산된 바 있다. 택시업계는 지난 8일 민주평화당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했으나, 이번에는 카카오 측이 불참하면서 양측은 제대로 된 대화를 시작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카풀 기사 모집을 시작한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지난달 택시기사의 분신 사태로 정점을 찍었다. 두 차례에 걸친 택시업계의 대대적인 시위에도 카카오 측이 카풀 시범 서비스를 강행하자 한 택시 노조원이 분신했고,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정식 서비스 출시를 미뤘다. 지난 10일에는 또 다른 택시 기사가 카풀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나는 등 업계 반발이 이어졌다. 이후 ‘택시 업계를 향한 여론의 부정적 인식을 활용해 카풀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국토교통부 내부 문건 보도가 나오면서 택시업계 4개 단체의 반발 수위는 더욱 거세졌다.
일련의 사건으로 갈등이 심화되면서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 강행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가 서비스하고 있는 카카오T 서비스는 카풀 갈등이 지속되면서 기존 13만여명이었던 이용자가 지난달 12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T맵택시’는 이용자가 3배로 늘었다.
카카오의 ‘일보후퇴’에도 불구하고 택시업계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김태황 전국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은 “택시에 대해 안 좋은 여론을 조성하려다 발각되니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라며 “또 택시기사가 두 명 희생된 이후에야 카풀 서비스를 멈추고 소통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부가 ‘택시 업계를 향한 여론의 부정적 인식을 활용해 카풀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부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마지 못해 나온 결정이란 비판이다. 김 사무처장은 카풀 서비스 전면 백지화에 대해서는 “카카오가 하루아침에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그저 언론을 통해 간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택시기사들도 카풀 서비스 잠정 중단 결정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김윤기(62)씨는 “카카오 카풀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아서 중단한 것이 아니다”며 “그저 카카오 카풀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한 꼼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찬문(72)씨 역시 “그저 카풀 서비스 시행을 유보하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카풀 서비스를 완전히 포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ㆍ카풀 TF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시업계가 대화의 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전 위원장은 “카카오 쪽에서 대승적으로 결단한 만큼 택시업계도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이 택시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택시 산업의 영원한 발전을 도모할 적기이자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택시업계는 택시산업과 공유경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정부 여당과 함께 머리를 맞대 논의하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의 결정을 비판하면서도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우리가 요구했던 사항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들어가 그간의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조합연합회 상무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우리가 먼저 제안했기에 거부감은 없다”면서도 “다만 카카오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심사 숙고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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