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버리는 일들. 그래서 벌어지는 아주 슬프고 화나는 사건 사고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눈과 귀에 들어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5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에서 열린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3주기 추도식에서 읊은 추도사 내용이다. 그는 “요즘 미디어 발달로 원하든 원치 않든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이런 세태에 분노할 때마다 ‘너부터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가라’는 (신영복) 선생님 목소리를 듣곤 한다”고 이야기했다.
유 이사장이 추도사를 통해 강조한 것은 주위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그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겠다. 그런 결심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신영복 선생이 그립다”는 소회도 밝혔다. 그는 “그런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정도였는데, 독재 정권과 싸우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위한 글을 부탁하기 위해 직접 찾아갔다”고 회상했다. 신 교수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20년간의 수형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나부터 훌륭한 관계를 맺으며 의미 있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 추도사를 마친 유 이사장은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 의미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추도사에서 언급한 ‘다짐’에 이후 행보에 대한 의중이 담겨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따로 해석을 붙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추도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 정운찬 KBO총재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200석 규모의 성당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자리에 앉지 못한 참석자들은 성당 밖으로 연결되는 계단에 서서 추도식을 지켜봤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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