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경기 부천 개농장에서 박소연 케어 대표가 구조한 개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온라인 캡처

지난 11일 국내 대표적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인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4년간 구조한 동물 가운데 250여마리를 안락사 시킨 게 내부 직원의 폭로로 밝혀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온라인에는 ‘안락사할거면 구조를 하지 말았어야지’, ‘구조여왕이 아닌 도살자’ 등 박 대표를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케어의 사무실에는 안락사에 실망한 회원들의 탈퇴와 후원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주말에 한 동물병원을 찾았을 때도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손님들 사이에선 케어의 안락사 사태에 분노하는 대화가 오갔고, 동물병원에는 케어를 후원하느냐, 연관이 있느냐는 문의 전화까지 걸려왔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가 이뤄지고 있는 건 불편한 진실이다.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기ㆍ유실 동물은 약 10만마리, 이 가운데 약 2만마리는 안락사 된다. 비용과 인력 부족으로 제 때 안락사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유독 케어의 안락사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내로라 하는 동물단체가, 그것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후원금을 받아 자신의 임의대로 안락사를 시켰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후원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후원금이 안락사가 아닌 동물들을 구조하는 데 쓰였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후원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동물단체에 대해 적어도 동물을 살뜰히 보살필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가 있었을 텐데 박 대표는 이 둘을 저버렸다.

박 대표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불편한 진실이라 그 동안 밝힐 수 없었다”며 “구조한 동물들은 많지만 모두 포용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안락사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게 용납될 수는 없다. 더욱이 제보자가 박 대표와 나눈 메신저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안락사 대상에는 피부병에 걸린 개들, 임신한 개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피부병에 걸린 것과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임신을 했다는 것이 안락사의 ‘불가피한’ 이유로 보긴 어렵다.

케어의 안락사 논란은 박 대표 개인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와도 얽혀 있다. 우선 연간 후원금이 19억원에 달하는 단체이지만 투명한 의사결정 장치도 없이 운영되어 왔다. 이는 국내 사설 보호소에 대한 어떤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에는 사설 보호소의 정의도, 기준도 없고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사설 보호소가 난립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은 결국 넘쳐나는 유기동물에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적으로 직영, 위탁 운영하는 보호소는 293개소. 하지만 이 보호소만으로는 유기동물을 보호,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고 결국 ‘구조’와 ‘보호’라는 이름으로 사설 보호소가 사각지대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반짝 공분’이나 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에서 끝나선 안 된다. 동물 보호소에 대한 관리와 감독 강화는 물론이고 나아가 유기동물이 양산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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