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약 밀수 캐나다인 사형 선고
화웨이 부회장 체포 보복성인 듯
일본-프랑스도 양국 때리기 심화
캐나다인이 중국 법원에서 필로폰 밀수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캐나다에서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이 체포된 것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라는 해석이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의 체포로 심기가 불편한 프랑스도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에 의혹의 칼날을 들이댔다. 세계 각국의 사법체계가 ‘국익’이란 명분 아래 훼손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 중급인민법원이 필로폰 밀수 혐의로 기소된 캐나다 국적 로버트 셀렌버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두 달 전 하급심에서 15년형을 받은 이에 대해 국제 마약 밀수 조직 핵심인물이라는 검찰 주장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극형을 때린 것이다. 셀렌버그는 관광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가 범죄자로 몰렸다고 법원에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은 미국 요청으로 캐나다 사법당국이 체포한 멍 부회장 사건에 대한 중국의 압박으로 해석된다. 캐나다 정부는 이란 제재 위반에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멍완저우의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즉각 “중국이 제멋대로 사형을 이용하고 있는 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외무부도 중국에 있거나 여행할 계획이 있는 자국민에게 임의적 법 집행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피터 매케이 전 캐나다 외무장관은 중국 당국이 캐나다인들의 구금과 선고를 이용, 중국에 대한 미국의 ‘냉전’적 조치에 보조를 맞추는 국가들에 경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뤼도 정부의 대외정책 고문이었던 롤랑 파리 오타와대학 교수는 WSJ에 “중국의 압박에도 불구, 캐나다의 법 집행은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캐나다의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과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를 국가 안보 위해 혐의로 구속했다. 이 역시 멍 부회장 체포에 대한 보복 조치로 보이는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중국법 전문가인 도널드 클라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일련의 사건을 ‘인질 외교’로 규정하기도 했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전 회장 체포로 일본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프랑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다케다 스네카즈(竹田恒和ㆍ71) 일본올림픽위원회 회장에 대한 수사를 발표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를 위해 2013년 200만유로(25억7,000만원)를 들여 아프리카 국가들을 매수했다는 의혹이다. 다케다 회장은 “컨설팅 계약에 대한 정당한 대가일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프랑스 검찰은 3년간 내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프랑스 법원은 지난달 다케다 회장의 예심에 착수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곤 닛산자동차 전 회장이 체포된 상황을 들며 ‘곤의 복수’라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유가증권 보고서에 50억엔(약 507억원) 이상의 보수를 축소 기재하고, 회사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도쿄지검에 체포돼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일본 법원은 15일 곤 회장 측이 신청한 보석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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