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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을 K팝 공연장으로?

입력
2019.01.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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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일부 상인들이 명동예술극장을 K팝 공연이 가능한 공연장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지만, 연극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립극단 제공
명동의 일부 상인들이 명동예술극장을 K팝 공연이 가능한 공연장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지만, 연극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의 연극 전문 극장인 명동예술극장을 K팝 콘서트장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명동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다. 연극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명동예술극장의 용도변경은 이달 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명동관광특구협의회 회장단 등과 함께 서울 명동을 돌며 외국인 관광객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제기됐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 관계자가 명동예술극장을 K팝 공연이 가능한 복합공연장으로 만들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측에 상인들의 의견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고, 문체부 역시 국립극단에 이 사안을 검토해볼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용도변경 방안을 논의한 건 아니지만 명동예술극장의 현 운영현황을 공유하는 등 공론화 절차를 밟고 있다.

명동예술극장은 일제 강점기인 1936년 일본인 전용 영화관 명치좌로 문을 연 바로크 양식의 석조 건물이다. 해방 이후 서울시 공관으로 사용되다 1960년대 이후 국립극장으로 쓰였다. 하지만 1975년 장충동 국립극장 건물 신축 비용 마련을 위해 극장은 민간에 매각됐다. 2000년대 초 건물이 헐릴 것이라는 소문에 극장을 지켜낸 건 문화계 인사들과 명동 주변 상인들이었다. 이들의 옛 국립극장 되찾기 운동을 계기로 정부는 2004년 부지를 매입, 복원공사를 했다. 명동예술극장은 558석 규모의 연극 전용 중극장으로 재탄생해 2009년 다시 문을 열었다. 2015년 국립극단과 통합되면서, 현재 이 극장은 순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국립극단 전용극장이 됐다.

명동 상인 시각에서는 순수 연극 공연장은 관광객 유치에 불리하지만, 연극계에서 명동예술극장은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는 한국 연극의 산 역사나 다름 없는 장소다. 오히려 영문 자막 서비스 등을 통해 한국의 연극을 외국인에게 알리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연극계에서 용도변경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명동예술극장은 현재도 수월하게 운영되고 있다. 국립극단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명동예술극장은 1년 365일 중 90% 이상 가동됐다. 연평균 10편의 제작 연극이 공연됐고, 객석점유율은 85%에 달했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해외에는 국립극단이 여러 개 일 정도로 국민들의 문화향유권이 보장돼 있지만, 우리에게는 국립극단은 물론 그에 속한 전용 극장도 명동예술극장 하나 뿐”이라며 극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58석의 무대에 오를 K팝 스타가 있을 것인가에 관한 의문도 제기된다. 애초 마이크 없이 육성의 울림을 기반으로 하는 극장 구조부터 대중가요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 예술감독은 “관광객 감소에 따른 상인들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나라와 문화계 전체의 문화향유권을 고려하면 명동예술극장을 관광객을 위한 행사 장소로 바꾸자는 건 근시안적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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