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과 싱가포르서 대면 협의 뒤 비판
‘한국 군함이 자국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照射)했다’고 일본이 주장하며 불거진 한일 간 진실 공방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면 협의 다음 날인 15일 정부는 일본이 우리 군함의 전체 레이더 정보를 요구한 사실을 공개하며 “무례하고 억지스럽다”고 지적했고, 일본은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우리 군함 레이더 정보 전체에 대한 요구를 했다”며 “이러한 요구는 대단히 무례하고, 사안 해결의 의지가 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은 ‘지난달 20일 동해상에서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STIR)를 겨냥했다’고, 한국은 ‘초계기가 군함을 상대로 저공ㆍ위협 비행을 했다’고 각기 다른 주장을 하다, 이달 14일 싱가포르에서 장성급 협의를 진행했다.
또 “일본은 이번 사안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더의 주파수를 공개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일본 초계기가 수신한 레이더 정보 공개 여부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주파수 등 관련 데이터 제시를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은 군사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일본의 태도는 마치 ‘맞았다고 주장하면서 상처는 보여주지 않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최 대변인은 또 싱가포르 협의 당시 우리 측이 “일본이 저공ㆍ위협 비행을 하게 되면 우리도 좌시하지 않겠다. 우리도 저공ㆍ위협 비행을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는 사실도 별도로 공개했다. 한국의 경고에 일본 측은 향후 초계기 비행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물러서지 않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방위성이 유감의 뜻을 재차 전하면서 (레이더 조사 관련)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했다”며 ‘군함이 레이더를 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양국이 대면 협의에서조차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이어, 향후 강경 대응까지 예고하고 있어 레이더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가 협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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